[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미디어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미디어 대응체제 정비에 나선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한국당 미디어특위 공동위원장에는 세월호 보도 참사 당시 KBS 사장이었던 길환영 전 사장이 임명됐다.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당시 보도통제 의혹으로 KBS이사회부터 해임당했다.

1일 오전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특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박성중 의원이 맡았고, 길환영 전 사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길환영 전 KBS 사장. (연합뉴스)

길환영 전 사장은 세월호 보도참사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6년 9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청문회에서 폭로한 길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에 이 같은 정황이 잘 나타나있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5월 5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을 불렀다"며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그 이유가 이정현과 제가 통화했을 때와 같았다"고 밝혔다.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길환영 전 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에게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이 저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면서 '청와대에서 김시곤 사표를 받으라고 했을 대 그거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며 "청와대에서 사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서 이러는 건 명백한 압력"이라고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결국 보도통제 의혹 확산으로 KBS 이사회로부터 해임 당했다. 길 전 사장이 해임되던 2014년 6월은 KBS 이사회가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사가 7명으로 다수를 이루고 있던 시점이다. 길 전 사장의 해임안은 7대4로 가결됐다. 이런 길 전 사장이 한국당의 미디어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에는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 정인철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조희수 전 SBS 아나운서, 정택진 전 중앙일보 기자,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등 전직 언론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위원장은 극우성향 매체에 수차례 출연하고 글을 기고했던 보수성향의 전직 언론인이다. 최 전 아나운서의 경우 인터뷰 조작 논란의 김세의 전 기자와 함께 MBC 제3노조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최대현 전 아나운서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당 미디어특위에는 전직 언론인 외에도 추경호, 최교일, 민경욱 의원 등 현역 의원들과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김덕중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 예술경영학과 교수 등이 포함됐다.

한국당 미디어특위는 별도의 법률자문단을 두고, 각종 미디어 관련 이슈에 대한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법률자문단장은 고양갑 당협위원장 이경환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윤기찬, 김기윤, 황성현 변호사 등 10여명이 법률자문을 전담한다.

미디어특위는 첫 활동으로 한국당 여성당원들의 엉덩이춤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여성당원들이 속옷 노출 퍼포먼스를 하고 이를 황교안 대표가 격려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미디어특위는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당 미디어특위는 고성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고발당한 네티즌 75명에 대해서도 법률지원을 접수받고 있다. 현재 21명의 신원을 파악해 법률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네티즌'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강원도민일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신청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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