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달 30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교채널'을 근거 삼아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강 의원의 예상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역사적 회동을 했다. 강 의원은 "기분 좋게 예측이 빗나갔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외교채널'을 운운하며 폭로·예측을 늘어놓는 강 의원의 행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강 의원은 외교소식통을 언급하며 한미 정상회담의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했다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일자 한겨레 사설.

2일자 한겨레는 <또 '외교채널' 들먹이며 헛발질 강효상, 제정신인가> 사설에서 강 의원의 빗나간 예상을 전했다. 한겨레는 "지난 5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해 거센 비난을 받았을 때도 강 의원은 이른바 '외교 소식통'을 거론했다"며 "그 소식통은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었고, 강 의원은 후배 외교관을 통해 한-미 정상의 대화록을 무단으로 유출해 정쟁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강 의원은 당시 외교기밀 공개로 국익을 크게 해쳤다는 질타를 당 안팎으로부터 받았고,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당해놓고서도 또다시 '외교채널'을 들먹이며 설익은 정보를 공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마디로 구제불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정상적인 국회의원의 모습이라 하기 어렵다. 반성하고 자숙해도 시원찮을 판에 불과 몇 시간 뒤면 판가름날 국가적 대사의 향방을 몇 마디 주워들은 것으로 떠들어대는 행태는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강 의원은 '외교채널'을 빙자한 폭로와 예측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라며 "강 의원의 이런 행태는 국익에도, 야당에도, 강 의원 자신에게도 백해무익할 뿐"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2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는 뉴스 신뢰도 하락, 기자들의 행태 등 언론계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에서 조선일보 출신인 강효상 의원을 사례로 언급했다. 강 의원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조선맨'이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칼럼에서 강 의원의 예측이 빗나간 사실을 전하며 "기자 출신이라 속보가 중요했던 걸까. 그는 왜 살아 움직이는 팩트(사실) 앞에 겸손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그러고 보면 최근 막말이나 기행으로 이름을 알린 정치인 중에 유난히 전직 언론인이 많다"며 "그런 언어감각과 감수성, 판단력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기사 쓴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당 KBS 출신인 민경욱, 한선교 의원 등이 막말 논란에 휩싸인 것을 추가로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그들은 기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몇몇 사례일 뿐"이라며 "요즘 기사 댓글들을 보면 기자의 취재 능력과 배경, 의도까지 간파하고 있다. 구글링 몇 번 하면 오보와 표절이 드러나는 시대다. 한국 뉴스의 신뢰도가 22%로 38개국 중 최하위라는 건 더 이상 충격적인 뉴스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기자들은 알권리·사실 보도 같은 가치와 회사 이익·내부 방침 같은 조직 논리 중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며 "기자가 된 뒤 작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지적 능력은 빠르게 퇴화한다. 느는 것은 교묘하게 베껴쓰는 '우라까이' 실력이요, 취재원을 압박하고 다독이는 테크닉이다. 자신의 실력 없음을 극단적인 '진영논리'로 가리려 한다. 오보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가치와 실력, 양 측면에서 한국 기자들의 실태를 지적했다.

한편, 강효상 의원은 "팩트 없는 왜곡과 조롱은 사양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1일 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에 눈엣가시 같을 제가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을 내놓게 되었으니 물어뜯기 딱 좋은 소재일 것이다. 제 오판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하지만 매사를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사람들이 제가 회담에 재를 뿌리려 했다는 것처럼 왜곡하는 부분은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 전까지 제 예측이 들어맞았던 것에 대해서는 조용하다가 이번에 마치 빗나가는 걸 기다렸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이라며 "이땅에는 빗나간 예측을 할 자유도 없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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