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가 출발할 때부터 가장 우려하던, 그리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전개입니다. 이런 유의 드라마 섭외와 출연, 그리고 연기가 만들어내는 제일 한심하고 저급한 논란이 그것이죠. 작품을 작품으로, 이야기를 이야기로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어쩌면 사소하고 기본적인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 무례한 드라마가 등장했어요. 그야말로 ‘화제작’, KBS의 새로운 월화드라마 드림하이 두 번의 방송을 보고 나서 드는 느낌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 이상한 얼개의 촌극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어요.

이 촌극의 한 회 내용이 끝날 때마다 관심의 초점은 다른 드라마들과는 전혀 다른 부분들입니다. 자신이 아끼는 출연자들의 분량이 얼마나 되었는지, 그들 각각의 연기력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누구누구와의 러브라인이나 스킨십의 정도나 친밀한 모습. 특별 출연한 카메오가 누구였는지 등등의 것들이죠.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들을 한꺼번에 몰아넣었으니 관심을 확 끌어들이기도 하고, 여러 민감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적인 관심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내용’이 그것이요.

각 등장인물마다 대충의 설정과 내용의 전개 방식이 예고되기도 했고, 끼와 재능 있는 스타 예비생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주제는 수많은 나라에서 여러 버전으로 제작된 적도 있으니 대충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예상되는 친숙한 소재입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재능들이 서로 뒤얽히며 만드는 경쟁과 연대, 시기와 동경, 좌절과 성공이 적절하게 배합된다면 폭넓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설정이에요. 어쩌면 드림하이를 기획했을 당시의 목표도 바로 이런 보편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는 출연자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미덕, 배역의 적합성이나 연기자로서의 자질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그저 화제성만을 쫒아 인물들을 배치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의도적으로 범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조합은 연기력이나 어울림의 기준이 아닌 미리 출연진을 섭외하고 그에 걸맞은 옷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죠. 모든 핵심 연기자들이 아이돌이거나 젊은 연기자들이기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팬들의 응원에 기대어 처음이야 어색하고 엉성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어떻게 되겠지, 그만하면 됐지 싶은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가득한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죠.

그러니 우린 이 드라마에서 어떤 극적인 재미나 흥미도, 작품을 즐기면서 당연히 느껴야 할 미덕도 모두 포기한 채로 그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연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기획사의 자체 연기 실습 같은 수준의 연기를 보며 그나마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초라한 위안과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우리 오빠와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다른 아이돌에게 비난을 하기도 하고, 왜 이 사람은 겨우 이정도 분량밖에 안 나오냐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말이죠. 드림하이의 미덕은 그냥 어떤 어설픈 것도 사랑과 지지로 환호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거대한 팬덤에 의지한 팬 미팅에 불과해요.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비싼 전파, 막대한 광고 수입을 얻는 TV로 전달되는 드라마는 연기 실습생들의 연습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돌의 섣부른 연기 전업도, 그들의 인기에 기댄 갑작스러운 주인공 캐스팅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에요. 시청자들은 충분히 그 역할에 어울리고 능숙하게 공감과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그 드라마에 푹 빠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그리고 출연하는 모든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구요. 드림하이는 이런 시청자들에게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을 철저하게 무시한 예의 없는 드라마입니다. 매회가 끝날 때마다 출연한 아이돌들의 연기 점수를 비교 평가하며 연기 품평과 분량 걱정을 해야 하는 드라마라니. 참고 지켜보면 나아질 거라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는 배우들이라니. 이게 과연 정상인가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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