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두 리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관한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어제 논란이 되었던 자유한국당 여성당원들 모임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퍼포먼스 자리에도 어김없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있었다. 누가 봐도 민망하고 더 나아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공연임에도 황 대표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독려하는 웃음 띤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의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지난 26일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행사였으나 여성들이 바지를 내리고 객석을 향해 보기 민망한 춤사위를 보였다. 모든 언론들이 자유한국당의 문제성 행사를 비판했다. 세상은 미투를 중심으로 여성의 존엄을 지켜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제1야당이라는 곳에서는 그 반대로 여성을 희화화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 존중 없는 페스티벌. 그것도 자유한국당 중앙당 여성위원회에서 주최한 행사라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여성 중심 정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도구로 당의 승리만을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겠는가. 장 의원은 그러면서 “울고 싶다”고도 심정을 토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기에도 울고 싶을 정도의 공연이었지만 현장의 황교안 대표는 달랐다. 황 대표는 행사 당일 마이크를 들고 “오늘 한 거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을 해가지고 정말 멋진 자유한국당 공연단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오히려 독려했다.

제1야당 대표의 심각한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현장에 있었음에도 문제를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연습”하라고 독려까지 한 상황이라면,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의 말대로 “절망스러운 성인지” 수준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다음 날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것은 사과가 아니라 언론 탓이었다. 27일 황교안 대표는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된다”면서 “우리 당이 하는 일은 다 잘못하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좋지 못하게 비칠 수 있는 모습들이 많이 노출된다”고 불만을 토했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논란과 비판이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어 있다”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행사는 대표적 보수언론들도 하나같이 비판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공보실이 낸 입장문에도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누가 봐도 준비된 것이 분명한데 돌발적이었다고 주장한다면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개선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정상화 합의를 일방적으로 깬 것으로도 여론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의 심기를 건들이고도 설득력 없는 해명과 엉뚱한 남 탓만 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석 달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의정파업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조사되는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막말 퍼레이드와 잦은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리더십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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