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피디의 새로운 시트콤이 연내 방송될 예정입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회로 인해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복귀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만이 펼칠 수 있는 한국형 시트콤을 다른 이들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초록뱀 미디어는 종편을 위해 판매할까?

연말 조중동을 위한 종편이 수많은 사건들 틈 속에서 조용하게 처리되며 MB정권의 미디어 보은은 종결을 맺는 듯합니다. 정권 연장을 위해서도 종편 선물은 절대적인 가치이니 말이지요. 종편이 확정되면 공중파가 4개 더 생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케이블 방송이 왜 공중파냐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의식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감싸기 위함밖에는 안 되겠지요. 국민의 80%가 가입되어 있는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종편이 공중파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초록뱀 미디어가 올 한해 제작한 드라마 라인업들을 발표했습니다. '하이킥3', '전우치', '안녕, 언젠가' 등은 확정된 프로그램이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작가와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는 등 총 7편의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하이킥3'이지요. 경악스러웠던 마지막 장면이 잔상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가 보여줄 시즌 세 번째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로도 상영되었던 '전우치'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영화 버전의 드라마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와 같은 맥락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의외의 재미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일본 작가 츠치 히토나리 원작의 '안녕, 언젠가' 역시 감성을 자극하는 원작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초록뱀 미디어 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들의 라인업들이 속속 공개될 예정입니다. 공중파 6개에 큰 손 CJ의 케이블까지 드라마 제작사들의 활약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노림수가 어떤 식으로 종편 조기 정착에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집니다.

"2011년 개막한 종합편성채널 시대를 맞아 다양한 드라마 라인업과 드라마 관련 신규 사업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콘텐츠 제작 업체로서 위상을 높여나갈 것"

작품 라인업 발표 자리에서 종편 시대를 언급한 것은 그들이 2011년 방송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 3사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새로운 4개의 종편은 그들에게 즐거운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입니다.

오히려 콘텐츠가 부족해질 수도 있는 기존 제작사로서는 자체 제작 시스템을 확정하지 않으면 외주 제작사에 의해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농후해졌습니다. 그런 환경 변화가 예고되었기에 KBS는 단편 드라마를 부활시키며 자체 제작 노하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었지요. MBC나 SBS 역시 단편과 특집 드라마 형식을 취해 자체 제작 인력 확충에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2011년은 외주 제작사에 의해 놀아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연예 관련 방송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종편 역시 자신들의 인지도를 넓히고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차별적인 연예 관련 콘텐츠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독재정권에 의해 방송이 사망한 이탈리아 상황과 유사해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거대 미디어 재벌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는 집권을 통해 이탈리아 언론을 죽음으로 내몰고 이탈리아 국민들을 우민화시키기 위해 저질 프로그램들을 양산하며 정치에서 멀어지도록 노력하는 데 총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선거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관련글 : 베를루스코니와 김제동 혹은 손석희, TV를 말하다 )

그렇기에 MB정권이 모든 것을 걸고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이지요. 종편 방송이 철저하게 한 방향만 바라보며 강요하는 이들로 이뤄졌다는 것은 종편 이야기가 나오는 무렵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대중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강행한 이번 종편은 국민 우민화를 위한 마지막 장치이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돈 벌기에 나선 드라마 제작사들은 탈정치화를 외치며 돈벌이에만 매진하겠지요. 대중은 자연스럽게 달콤한 방송에 젖어들며 철저하게 길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욱 피디의 '하이킥3'는 누가 뭐라 해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제작과 관련해 기사가 나왔을 때에도 초록뱀 미디어는 MBC 방영을 확정하지 않고 뜸을 들였습니다. 종편과 기존 공중파를 통해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림수였지요.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종편들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대중이 선호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야 자신들이 주장도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그들의 킬러 콘텐츠 사냥은 2011년 가장 큰 화제로 다가올 듯합니다.

철저하게 몇몇 언론사들을 위한 방식으로 준비되고 진행된 종편은 방송의 다양화와 상관없이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인 논리로 종편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 영속화를 꿈꾸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2011년 MB정권은 MB맨들을 수하에 두며 레임덕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내민 종편 선물이 MB 레임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궁금해집니다. ‘언론인은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언론인들은 권력과 자본에 기생하며 우리 시대의 치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예견된 것처럼 조중동은 방송법에도 없는 낮은 채널을 요구하고 KBS2 TV 광고를 축소해 종편에 몰아주고 의약 등 광고 규제가 엄격한 종목들까지 광고할 수 있게 하라며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종편 대비용으로 급하게 올린 KBS 수신료와 광고 축소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벌써부터 씁쓸하기만 합니다.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침묵해서는 안 되겠지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MB정권하의 대한민국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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