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숙경 실장(오윤아)이 윤혜인(수애)에게 발설한 극비 사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시작부터 엉성한 설정으로 빈축을 사온 아테나 제작사도 이번에는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7회에 이를 어떻게 봉합할까 관심이 모아졌다. 결과는 대실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테나를 아주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지게 하는 최악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애초에 제작사가 내놓은 해명에서 그쳤어야 했다.

이것을 두고 재촬영이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그 사실 여부를 떠나 결국 오윤아의 역트릭은 아테나의 중요 비밀을 공개해버린 것이 되고 말았다. 물론 보안요원 살인사건으로 권용관 국장이 윤혜인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짙게 풍겨왔지만 아직은 단정지을 단계는 아닌 상태다. 그러나 오윤아의 역트릭 대사는 혜인을 아테나 혹은 제5열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는 투였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많은 부분이 사전 제작된 아테나는 아주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떤 시점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혜인의 정체에 대해서 너무 서둘러 파악해버린 것이 문제다. 물론 시청자는 수애의 정체에 대해 진작 알고 있지만 NTS는 모르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오숙경의 역트릭으로 그렇지 않게 돼버린 것이 첫 번째 혼란의 요소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만일 오숙경의 취중 발언이 혜인을 제5열로 단정한 역트릭이었다면 NTS는 일본으로 옮긴 김명국 박사의 경호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했다. NTS 내부까지 속여가면서 극비 이송작전을 수행하고는 그를 노리는 그 어떤 적대 조직의 이중첩자로 단정한 혜인에게 그 정보를 넘겨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결과적으로 납치까지 당하게 됐으니 NTS는 세상에 둘도 없는 허접한 정보기관임을 증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정보를 흘렸다니 허세도 이런 허세가 없지 않는가.

요인을 지킬 능력도 없이 극비 정보를 흘렸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허술한 정보기관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사실은 오숙경의 취중 망언으로 인해 NTS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원래의 시나리오가 맞다. 그래야 앞뒤가 맞고, 스토리의 아퀴가 들어맞는다. 결국 오숙경 취중망언을 막으려다가 드라마 전체를 뒤흔드는 꼴이 됐으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대로 된 것이다.

이렇듯 아테나는 애초부터 허술한 설정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초에 국가대테러정조원 최고의 정예 요원이 대통령 딸에 대해서 몰랐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구실 실장의 극비 사항 누설까지 작가가 정보물을 다루기에 지식이 얕고 부족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편이 차라리 낫지 그것을 부인하려다 결국 더 엄청난 혼란만 자초하고 말았다.

논란에 대처하는 아테나 제작진의 가벼운 태도는 결국 시청률 하락이라는 것으로 반영되고 있다. 물론 배용준에 잘 나가는 아이돌들이 총출동하는 드림하이 첫 방영에 대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아테나에 대한 기대감을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배신한다면 경쟁 작품 때문이 아니라 아테나 자체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시청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 아테나는 아이리스의 성공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들인 돈을 생각한다면 7회째에 시청률 20%를 뚫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러나 분명 앞으로 더 많이 준비한 흥미진진한 액션과 첩보물다운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수애의 흔들리는 모습과 그와 함께 진행될 정우성과의 러브라인 그리고 까메오 김승우의 출연으로 가져온 김민종의 다시 북으로의 전향 등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다만 그것들을 기대하게 해줄 수 있는 제작진의 정직한 모습이 요구될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