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때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민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 때 “난리 났다”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서 박근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았고,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해당 장면은 소위 NG 상황으로 공식적인 장면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은 희생자를 낳은 참사를 전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으로서는 단순한 실수였을지 모르나, 그 공감 능력을 상실한 웃음은 세월호 유가족이 겪어야 했던 또 다른 참사의 복선이었다.

24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나 국회를 다시 열겠다는 합의문이 부결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의 상황 때문에 떠올린 과거였다. JTBC <뉴스룸>은 이날 자유한국당 의총 분위기를 “반대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의총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합의문 폐기' 성토장 된 한국당 의총장…"반대 때마다 박수도"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평소라면 의총장에서 박수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80일, 거의 석 달간 문을 열지 못하는 국회를 비로소 열게 한다는 소식에 그나마 안도했던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국회정상화를 가로막는 일에 박수를 칠 일은 아니었다.

비록 두 시간 만에 휴지조각이 된 합의문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사항에는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추경처리가 있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요구대로 전체 추경이 아닌 포항 지진·강원산불 등 재해추경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이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정상화 반대에도 여야4당만의 국회가 열리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추경처리는 불가능해졌다.

국회가 열렸을 때도 법안처리가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비정상적인 국회 보이콧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6월 현재 국회의 법안처리는 고작 29.2%에 불과하다.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들었던 19대 국회의 42.82% 법안 처리율과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진 수치이다. 그 결과 현재 국회에 먼지만 쌓이고 있는 계류 법안이 무려 1만 5천여 건에 달한다.

2시간 만에 합의 뒤집은 한국당…국회 정상화 또 불발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기침체 우려에 신속히 대응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 책무를 이행하는 데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1만 5천여 건의 법안처리는 고사하고 재난으로 집과 재산을 잃은 국민들을 돌봐야 하지만 국회가 이를 막고 있다.

국회가 80일 동안 놀고 있어도 국회의원들은 거액의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간다. 역대 최악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하고 있는 20대 국회지만, 2년 연속 세비를 올리는 데는 신속했고 일사불란했다. 임무를 유기한 채 놀아도 연 1억 6천만 원가량을 받아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직업의 한량들에게 국민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자유한국당 의총장에서 들려온 박수소리에 세월호 참사 때 활짝 웃은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을 떠올린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은가. 자유한국당은 때때로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적어도 안색이라도 나빠야 하지 않겠는가. 80일을 닫아둔 국회에 못질을 하면서 그것이 어디 박수칠 일인가. 진짜 난리 났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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