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아들의 취업 사례를 자랑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KT새노조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황 대표의 아들이 KT 법무실에 근무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인사배치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일 황교안 대표는 숙명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며 "3점도 안 되는 학점에 (토익) 800점 정도로 다른 스펙 없이 졸업했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한 5곳에선 전부 최종 합격했다. 이 청년이 제 아들"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황교안 대표가 정정한 아들의 '스펙'은 학점 3.29, 토익 925점이었다.

▲지난 20일 숙명여대에서 강연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아들의 학창시절 성적 등을 떠나 논란은 다시 'KT 비리 의혹'으로 옮겨붙고 있다. 24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황 대표의 아들은 1차 실무면접에서 합격자 평균 정도의 점수를 받았고, 2차 임원면접에서 4명의 면접위원으로부터 모두 A를 받았다.

KT새노조는 황교안 대표 아들의 부서 이동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황 대표의 아들은 지난 2012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마케팅 직군에서 일하다가, 1년 만에 법무실로 배치됐다. 황 대표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근무했다.

KT새노조는 "앞서 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듯, 회장의 말 한 마디면 불합격자도 채용되는 것이 KT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라며 "따라서 황 대표의 아들 발령에 관해 또다른 업무방해가 없었는지 반드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아버지가 법무부 장관이 됐는데 아들이 KT 법무실에 1년 이상 있었던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이 당시에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이고, 아버지는 수사를 하는 쪽에, 아들은 수사를 받는 기업의 법무실에 있는 기이한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대표가 청년 문제에 대해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24일자 <참을 수 없이 천박한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 사설에서 "이 정도면 공감 능력 자체를 의구해야 한다"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은 청년 문제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24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전략이 문제인 것처럼 훈계하면서 자기 자식을 성공 모델로 자랑한 꼴"이라며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스펙 없이 신의 직장에 취업한 사례는 애초 염장 지르기에 그치기 십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게다가 그 사례의 주인공이 'KT 취업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제1야당 대표의 아들이라니. 스펙도 없고 학점·토익 점수도 별로인데 대기업 5곳에 합격한 건 그야말로 '기적'"이라며 "'황교안이 아들'이라는 거대한 스펙이 그 기적의 배경일지 모른다.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며 특혜를 받았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다를 게 없다는 힐난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황 대표는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하다"며 "장관과 총리까지 지낸 제1야당 대표 아들의 취업 성공기를 스펙 극복 모범 사례로 든 것 자체가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상처를 후벼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청년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정당과 정치인이 입으로는 '청년, 청년'을 외쳐대니 진정성이 느껴질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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