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수퍼액션 <하드보일드 과학수사극 KPSI>(재방송)의 한장면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학수사도 알고보면 엉덩이로 한다. 영화에서처럼 컴퓨터에 숫자만 입력하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게 아니다.

지난 1월 14일 첫방송을 시작한 <하드보일드 과학수사극 KPSI>는 이같은 과학수사의 현실을 적나라나게 보여준다.

우선 형식면에서도 주목할 요소들이 있다. 수사극과 다큐멘터리를 혼합한 장르다. 구성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그리 낯설지 않다. 실제 사건을 보여주면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들이 나와 증언하는 방식은 여러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드보일드 과학수사극 KPSI>는 여기서 한발짝 나아갔다. 미국드라마 C.S.I처럼 과학수사대원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정식 드라마를 바탕으로 그 사건을 맡았던 형사와 과학수사대원들이 나와 입을 연다. 흔히 접해온 재연드라마의 틀을 벗어나니 보는 재미가 많아졌다.

범인을 잡는 과정 중에서도 '과학수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그동안 시청자들에게는 각종 수사물 덕분에 과학수사에 대한 호기심이나 환상이 많았다. <하드보일드 과학수사극 KPSI>는 이를 잘 포착해서 과학수사가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제작됐다.

이날 방송된 '바다가 보낸 손'편을 보자. 강화도 선착장에 물에 떠밀려온 손목 토막이 발견되며 사건이 시작된다.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게 우선이다. 부패가 꽤 진행된데다 물에 불어있는 손에서 지문을 뜨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은 방법을 찾아낸다. 끓는 물에 시체의 손을 넣은 뒤 3초간 넣었다 뺀 후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을 썼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수사팀이 개발한 방법이란다.

이렇게 신기술이 나오면 다행이다. 실제 과학수사는 기술이 아니라 끈기로 이뤄졌다. 이렇게 찾아낸 지문으로 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니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모 여인이었다.

용의자는 두명으로 압축됐다. 내연남과 남편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수사팀이 했던 일은 대강 추려봐도 이렇다.

사체의 손목을 자른 절단도구 알아내기, 사체의 지문 확인, 1317명의 실종신고자와 지문 대조, 내연남의 집에서 발견한 청바지에 묻은 혈흔 분석, 사망자의 집 대문에 찍힌 피묻은 지문 분석, 국내에 있는 냉장고 430종을 조사해 사체가 보관 된 것으로 보이는 냉장고 추적, 사건 발생 시간에 남편의 휴대폰으로 걸려왔던 공중전화기 찾아내 그 안에 있는 동전 769개의 지문 분석, 용의자 집 주변에서 찾은 CCTV 168시간 분량 조사 등 끝도 없다. 모든 게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것도 소수의 인원이 몇날 며칠씩 밤잠을 설치며 매달려야했다.

이에 드라마 속 과학수사팀의 한 요원은 "솔직히 과학수사팀은 이름 바꿔야 해요. 노가다팀으로. 만날 밤새면서 동전 하나 하나 지문뜨고, 냉장고 비교하고"라는 대사를 말했다. 그만큼 과학수사는 범인을 잡고자 하는 끈질긴 노력의 결과물들이었다. 최근에는 용의자의 자백만으로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없으니 이런 과정에서 나온 증거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기주봉(박팀장 역), 정이안(최현종 역), 염지윤(한소이 역), 김광영(김형사 역), 박재원(박형사 역)이 주인공이다. 아직 방송 초반이라 C.S.I의 역대 반장님들이 보여줬던 카리스마나 요원들의 매력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진짜 반장님과 과학수사대원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대비되는 재미가 있다. 수사극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면봉'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매주 토요일 밤 12시가 본방송이며, 월요일과 목요일 밤 12시에 재방송된다. 홈페이지(http://www.onmoviestyle.com/KPSI/main.html)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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