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가진 축구대표팀 A매치 평가전에 대한 평가는 '기대 60-걱정 40'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발이 다소 안 맞고, 몇몇 선수들이 난조에 빠진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반면에 본선에서 기대해 볼 만한 부분들이 많이 나타났던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0일 저녁(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6분에 터진 지동원(전남 드래곤즈)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쾌조의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주축 멤버들이 모두 출전한 가운데 한국은 전반적으로 다소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후반에 교체 출전한 선수들의 좋은 활약에 힘입어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습니다. 이로써 조광래 감독 출범 이후 A매치에서 2승(1무 1패)째를 기록했고, 지난 8월 나이지리아전 이후 4개월 만에 A매치 득점 기록을 세우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면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A매치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두 10대 공격수 지동원과 손흥민(함부르크 SV)은 답답하던 흐름을 뚫는 데 큰 역할을 해냈고, 아시안컵에서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한국 축구의 최고 기대주라는 기대에 걸맞은 무서운 경기력으로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과 우려를 씻어내고,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던 두 10대 공격수였습니다.

▲ 지동원-손흥민 ⓒ연합뉴스
전반적으로 한국은 시리아의 밀집 수비에 막혀 답답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센트럴 박' 전략 등으로 원활한 경기 흐름을 펼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박지성은 집중 견제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또 유럽파와 국내파 선수, 또는 국내파 선수들 간에 호흡이 유기적이지 못했던 것은 이렇다 할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전방에서 활발한 공격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던 김신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원활하고 빠른 중원에서의 패스플레이, 그리고 돌파는 큰 위협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시작하자마자 투입된 지동원과 손흥민 덕분에 한국은 어느 정도 원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A매치 데뷔전이었고, 특히 손흥민은 역대 대표팀 A매치 4번째 최연소 출전 선수로 나서 어느 정도 부담을 안고 경기에 뛰었습니다. 상대가 약하다해도 워낙 분위기가 처져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기껏 해야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지동원과 손흥민은 동년배 나이에 클래스가 다른 선수임을 입증해내며 4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 만점 활약을 펼쳤습니다. 10번을 달고 경기에 출전한 지동원은 전방뿐 아니라 2선으로 내려오거나 좌우에서도 폭넓게 활발히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걸맞게 활발한 몸놀림과 위협적이면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파트너 선수들은 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전반보다 나은 흐름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36분, 골까지 터트리며 만점 활약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유병수의 패스를 받아 패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제친 뒤에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19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고 노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인상적인 득점포였습니다. 이 골 덕분에 조광래호는 2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지긋지긋한 불명예를 씻을 수 있었고, 그 순간 조광래호 공격 자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데뷔한 지 6경기 만에 3골을 뽑아 넣은 손흥민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에 다소 실수가 있었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돌파와 눈에 띄는 경기력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동년배 나이의 선수들과는 분명히 클래스가 다름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패기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단 이틀 만에 손흥민을 대표 선수로 발탁시킨 것이 후회가 되지 않았을 만큼 손흥민의 플레이는 충분히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둘의 맹활약으로 조광래 감독은 좋은 기분으로 아시안컵 우승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초 박주영이라는 확실한 공격 자원이 빠지면서 전력 공백 우려가 있었지만 이들의 맹활약에 조광래 감독이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A매치라는 큰 경기에서도 다양한 공격 조합을 만들어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스스로 펼칠 줄 아는 선수들로 확인되면서 이들에게 중요한 순간마다 중요한 임무를 부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골을 넣어야 하는 1차적인 임무뿐 아니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플레이로 대표팀의 공격력 상승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 가치를 높인 이들은 충분히 아시안컵 뿐 아니라 브라질월드컵, 그리고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 자원임을 확인시켰습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는 노랫말이 머릿속을 맴돌 만큼 두 신예의 데뷔전은 아주 강렬했습니다. 이들에게 처음부터 큰 부담감을 지우는 것은 안 되겠지만 51년 만의 아시아 정상 정복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있는 가운데서 어쩔 수 없이 이들이 해내야 하는 역할과 그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뛰면서 개인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두 신예의 모습을 이번 아시안컵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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