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외국인 차별 발언의 논란과 후폭풍이 거세다. 단순히 차별적 발언만으로 제1야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데 황교안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인을 차별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단순한 말실수 차원을 넘어 법과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면서 “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은 국내법의 효력을 갖는다. 국제노동기구가 아니더라도 근로기준법 역시도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별적 대우를 입법화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주장인 것이다. 검사출신으로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했던 황교안 대표가 이처럼 ‘법알못’의 생각과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무지했고, 그로 인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말한 ‘기여’는 세금 등을 포함한 경제유발효과를 의미할 것이다. 맞는 말일까? 물론 틀렸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이 바로 팩트체크에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유발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2018년에는 86조 7천억원으로 GDP의 4.57%를 차지했다. 올해는 93조 7천억원으로 더 나아가 2026년에는 162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2018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들이 낸 소득세는 1조 2천억원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황 대표의 외국인에 대한 발언은 법과 경제 모두를 모르거나, 왜곡한 것이다.

황교안 대표의 외국인 차별 발언이 선거용이든 소신이든 어느 쪽이라도 매우 위험한 것이다. 암묵적으로 자유한국당 차기 대선주자로 인식되는 정치 리더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인식 수준이다. 권력은 힘 센 자로부터 약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약자 중에 약자다. 그러나 황 대표식의 발상이라면 권력의 선한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황 대표의 발언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외국인 차별은 단지 말뿐이 아니었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실제로 이런 차별을 담은 법안을 발의까지 한 상태라는 사실에 더욱 경악하게 된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노동 생산성이 낮은 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이완영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이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최대 30%까지 감액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황 대표의 발언과 자유한국당의 차별 법안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적잖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외국인 노동자들에 차별을 법제화하겠다는 발상은 잔혹하다. 그렇게 해서 외국인들을 몰아내면 내국인 노동자와 사용자들은 행복해질까? 오히려 더 큰 혼란이 벌어지거나 최소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인권적 측면에서나 경제적으로도 외국인 차별은 독이 될 뿐 득이 되지 않는 발상이다.

자유한국당은 근래 잦은 막말과 망언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그러나 이번 차별 발언은 그런 막말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차별은 약자에 대한 혐오이며, 폭력이다. 그것이 외국인 노동자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차별은 언제고 또 다른 약자를 찾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고, 그 대상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그 무서운 상상을 현실화하겠다는 발언을 제1야당 대표가 했고, 그 당은 실제로 시도했다.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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