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자키균. 또 검출이 됐다. 사카자키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이나 야채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세균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생후 4주 이내의 신생아와 면역력이 약한 영아 등에게는 뇌수막염, 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일자 언론보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카자키균이 ‘출현’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남양유업 산양분유에서 검출돼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고, 이어 지난 4월에는 매일유업 ‘베이비사이언스맘마밀’ 등 3개 이유식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사카자키균이 ‘적발’됐다.

경제신문들, 매일유업의 사카자키균 검출 전혀 언급 안해

▲ 조선일보 9월4일자 12면.
이 대목에서 이번 사안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 먹거리 만큼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를 비롯해 회수조치까지 내렸다면 ‘확신범’에 가깝다.

하지만 이 사안은 언론에 의해 외면을 받았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수거한 매일유업의 ‘유기농 산양분유-1’ 400g 용기 제품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해당제품의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밝힌 농림부의 ‘정보’가 언론에 의해 사장된 셈이다.

이유가 뭘까. 삐딱하게 보지 말고 일단 언론의 선의를 믿자. 그럼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농림부 쪽에서 내놓은 다음과 같은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해당 분유 생산공장을 관할하는 경기도지사가 축산물가공처리법 제33조 및 제36조에 따라 해당제품의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를 내리고 9월1일자 일간신문 2곳에 공표했다.”

동아 세계 조선 한국 한겨레(제주·호남) KBS만 언급

▲ 한국일보 9월4일자 10면.
농림부의 설명을 최대한 감안하면 언론의 ‘침묵’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는 아니다. 백번을 양보해 “이미 1일자에 일간신문 2곳에 공표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언론의 역할은 다르다. 농림부를 조치를 공표하는 게 언론이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매일유업이라는 업체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사카자키균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100%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대책 마련이다. 지난 4월 매일유업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발견됐을 때 해당 제품을 자진회수한 것처럼 현재의 정확한 상황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현대사회에서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아닌가.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비정규직 파업과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난 기사는 엄청난 비중을 할애해 보도하면서 정작 소비자·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철저히 이중적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 대다수 언론이 시민불편과 소비자 권리를 노조에 대한 비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민불편과 소비자권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셈이다.

묻자. 공표까지 된 마당에 대체 매일유업의 사카자키균 검출 기사를 취재해서 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먹거리 보도의 신중함? 아니면 광고? 대체 이들 언론의 침묵의 근원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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