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은 확실히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이 지나면 대중의 시선 밖으로 나나봅니다. 승승장구에 박태환이 나왔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시안게임 때는 "국민 남동생"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더니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게 말입니다.

박태환을 예능에서 처음 본 건 아니었지만, 승승장구에서 본 박태환은 확실히 색달랐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박태환의 대한 연예프로그램이 있었고 손담비, 원더걸스 등이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이전에는 소녀시대와 함께 일일카페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거기서 잠깐 봤던 박태환은 숫기 없고 조용한 성격의 청년 같았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에서 보여준 박태환은 그동안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유쾌하고도 시원한 박태환이었습니다.

- 시원시원한 대답과 순발력 그리고 거침없는 표현

박태환에게 50개의 질문을 하는 릴레이... 대부분의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 중에 "소녀시대가 좋아? 원더걸스가 좋아?"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조금 주춤하더니 "소녀걸스"하고 쓱 넘어가 버리더군요.

한 가지 기억나는 질문 "다음에 1등 하면 세레머니 어떻게 하실 건가요"하는 질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빠!"라고 외치는 시원시원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오죽 빨리 했으면 승승장구에서 우리 빨리 물어 "빵"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MC들의 짓궂은 질문에 농담으로 받아치기도 하였으며, 금메달리스트라는 어떤 무게 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좋아하면 그대로 표현하고 장난도 먼저 치는 면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상형인 산다라가 왔을 때는 주저 없이 대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자신의 경기를 산다라가 봤다는 말을 하자 "Yes"하면서 환호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산다라에게 "제가 수영을 가르쳐드릴 테니 밥 한 끼만 사 달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좋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자기보안이나 내숭보다는 솔직한 감정 표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 그래도 악플은 힘들다

유쾌한 장면들도 많았지만 약간 씁쓸한 이야기들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들 모두 잘 아는 "로마 선수권 대회" 이야기입니다. 거기서 박태환은 솔직하고도 시원하게 자신이 부족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자신은 나름 연습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약간 자기기만에 빠져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하고 낙관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온 결과이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는 쿨함을 보여줬습니다. 자만심에 빠져서 "대충 연습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억울한 점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헝그리 정신"을 잃었다, 연예인과만 놀러다닌다 이러한 루머는 기본이었고요. 논란이 되었던 화보촬영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예를 들면 화보 촬영과 관련해서도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니라 파파라치 같은 기자가 따라붙어서 사진을 찍은 다음 인터넷에는 "화보를 찍었다"하고 올려 놓은 이야기라든지...

이제 박태환은 끝났다" "저 봐~"하면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 한 때는 그냥 방에만 콕 박혀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실패와 자신의 성적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언론의 심한 질타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수영을 하기 싫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수영을 해야 하나?"라고 이야기를 꺼내놨습니다. 자기가 즐기던 스포츠를 성적이 나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으로 싫어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박태환의 누나도 나와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생의 성적이 나오지 못했을 때 대중이 그렇게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는 하지만, 댓글이나 비난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고요. 또한 스포츠라는 게 때로는 질수도 있는 법인데 너무 그렇게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북돋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승승장구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박태환은 알고 보니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고 시원시원한 쿨가이였다
2) 박태환을 바라보며 언론과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실망스럽다라는 생각이요.

박태환이 금메달을 딸 때는 정말 내 아들인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사람들이 그가 조금 부진했다고 해서 비난하고 인터넷 악플을 다는 모습은 참으로 씁쓸한 모습입니다. 박태환은 사실상 한국 수영의 역사를 바꾼 청년이지요. 그러한 청년이 조금 부진했다고 해서 그렇게 심하게 비난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물론 실망감과 걱정이 바탕이 된 마음도 많았겠지만 차라리 비난보다는 박태환의 누나의 말대로 "북돋아 주고" 격려를 해주는 게 훨씬 더 아름다운 태도가 아닐까요?

박태환의 나이 이제 21살, 아직도 창창한 나이입니다. 어엿한 성인임과 동시에 사실은 아직 어린 나이이지요. 박태환은 아마 런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접을 것이라고 하네요. 박태환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금메달리스트"보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연아나 다른 선수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노력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입니다. 싸늘한 시선보다는 부드러운 시선,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승승장구에서 새로운 박태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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