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 개막하는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가 진정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그동안 아시안컵에서만 나서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국이라는 위용을 과시하고, 아시안컵에 우승하지 못했던 한(恨)을 말끔하게 씻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을 계기로 개인적인 한을 풀고 싶은 선수들도 많습니다.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을 계기로 명예 회복을 하고 멀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을 향한 꿈을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절치부심 노력 끝에 3년 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염기훈은 다부진 각오로 대회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톱 공격수로 잇달아 선발 출장해 허정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신임에 보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조별 예선 2차전 아르헨티나전의 기억은 염기훈을 뼈아프게 했습니다.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날린 슈팅이 옆그물을 때리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상승세 분위기를 타던 상황에서 나온 아쉬운 슈팅에 염기훈은 고개를 떨궜고, 이후 한국은 2골을 더 내주며 1-4로 패했습니다.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 목표를 이뤘지만 기대만큼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염기훈에 대한 비판은 상당했습니다.

그래도 염기훈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뒤 소속팀 수원 삼성의 상승세를 주도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조광래 감독의 눈에도 들어 아시안컵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염기훈 입장에서는 3년 전의 아픔과 남아공월드컵의 아쉬움을 동시에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삼세번' 기회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상으로 남아공월드컵 본선 직전 아쉽게 하차했던 곽태휘(교토 상가)도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선수입니다. 곽태휘는 '골 넣는 수비수'이자 탄탄한 수비력으로 전천후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엔트리 발탁을 코앞에 둔 5월 30일, 곽태휘는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내측인대 부상을 당하며 허정무호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습니다. 이것으로 곽태휘는 개인 첫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월드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뒤 곽태휘는 다시 몸을 회복해서 조광래호 주축 수비수로 발돋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국제 무대인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당시의 아픔을 말끔하게 씻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유독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도 눈길이 갑니다. 2년 연속 K-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지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유병수는 박주영이 빠진 공격 자원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롱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역시 축구대표팀과 이렇다 할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던 골키퍼 김용대(FC 서울), 수비수 황재원(수원 삼성)도 이번만큼은 좋은 기억만 갖고 한국에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최근 결혼에 성공해 '결혼 선물'로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밖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고개를 떨궜던 지동원(전남 드래곤즈),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구자철, 홍정호(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윤빛가람 (경남 FC)은 아시안컵에서 못 다한 아시아 정상 꿈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그토록 좋아하고 따랐던 박주영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등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아시안게임에서의 한도 풀어내려 합니다.

저마다 사연은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 단 하나입니다. 개인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으로 조광래호 23명 선수들은 굳은 각오를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저마다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며 한국 축구의 한을 푸는 주인공이 되고, 개인적인 한도 말끔하게 씻어내는 아시안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