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성대한 공치사의 자리였지만 여러모로 활기찬 잔치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MBC의 연예대상이었습니다. 지금 MBC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처해 있는 정체와 하향세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많은 고민들이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했구요. 정작 수상자들의 명단을 보면 이상하다 싶은 의외의 인물들은 없었지만,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고인 물. 그렇기에 새로운 활력이 너무나도 절실하다는 요구가 뒤섞인, 그리고 갑자기 뻥 뚫려버린 정통 개그맨들의 빈자리와 하이킥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한 시트콤의 부진이 너무나도 아쉬운 반쪽짜리 시상식이었어요.

물론 여전히 대한민국의 예능 경향을 선도하고 그 방향을 이끌어나가는 키는 MBC 예능 프로그램에게 쥐여져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6년을 넘어가는 지금도 소재고갈에 힘겨워하기는커녕 매주 방송 분량이 넘칠 정도로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하고 있고, 토요일 밤의 제왕 세바퀴는 MBC의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죠. 장수 토크쇼 놀러와는 올해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매주 특집이란 독특한 포맷을 정착시켰고, 아이돌을 정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성공한 우결의 커플들도 생생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1인 게스트 형식의 1인자 무릎팍도사의 신기는 여전하고, 신정환의 하차에도 라디오스타의 재기발랄함은 생생히 살아있죠.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개그야를 중심으로 했던 공개 코미디는 여러 차례의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몰락하며 결국 퇴출당했고, 뜨거운 형제를 중심으로 되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일밤은 여전히 10%의 벽을 넘지 못하며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을 개편을 맞이하여 채널의 연성화, 오락화라는 비난에도 밀어붙였던 신설 프로그램 여우의 집사는 폐지가 예정됐고, 위대한 탄생 역시도 아직 그 화제에 비길만한 인기와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킥 사단이 떠난 후속 시트콤들도 별다른 화제도 만들지 못하고 외면 받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한해였어요.

이렇게 점점 더 장수 프로그램과 신생 프로그램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그들 사이의 완성도 역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현재 MBC 예능 프로그램에는 확실한 한방, 새로운 활력이 부족해요. 작년과 올해의 시상 대상 프로그램이 동일하고,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KBS의 연예대상에서 하모니편의 대성공을 앞세운 남자의 자격이 1박2일과 함께 새로운 대표 프로그램으로 부상하고, 개그콘서트의 신예들이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관록의 이경규 역시도 KBS에서는 첫 대상 수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세바퀴의 분전이 무한도전의 독주를 막으며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그것은 세바퀴의 성장이 아닌 올 한해 점점 더 대중화보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무도의 집중, 혹은 부진의 탓입니다.

이런 위기는 연예대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시상식의 긴장감은 김구라가 말한 것처럼 MBC에 이렇게 인기 있는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는 약간의 비꼼처럼 무려 9명에게 도매금처럼 수상된 인기상이나, 각종 프로그램의 폐지로 공석이 되어버린 코미디 부분 수상자에 시트콤 연기자들을 끼어 넣은 뒤죽박죽 수상에서 이미 한없이 풀어져 버렸습니다. 우결 출연자들은 모두 이름만 다를 뿐인 상을 나누어 가졌고, MC와 버라이어티 분야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두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정상, 베스트 커플상 등등 정체불명의 상들. 그나마도 동 시간에 방송된 SBS 가요대전 탓에 조권과 정용하, 서현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이경실의 과도한 번잡스러움은 박미선의 센스로도 커버할 수 없는 마찰음을 내면서 이런 어수선함을 더욱 배가시켰어요.

관심의 대상이었던 무한도전과 놀러와의 기둥인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고, 세바퀴 진행자들의 최우수상 단체 시상으로 이미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쳐준 강호동의 넒은 마음 씀씀이도 보기 좋았고, 그나마 가장 관심을 끌었던 박명수와 정형돈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렵게 끌어올린 시상식의 열기는, 하이라이트인 대상 수상자 발표가 역대 시상식 중 최악의 방송사고로 꼽힐 정도의 부사장님의 대형 실수로 긴장감 없게, 어이없는 타이밍에 발표되면서 감동의 열기를 확 꺼뜨려 버렸어요.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이경규와는 다른 그만의 겸손함과 배려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 주었지만, 그 스스로도 개그맨 후배들의 공석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 것처럼 감동과 화합, 서로를 향한 격려로 끝났어야 할 시상식은 어수선함과 빈자리만 남겼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상식이었습니다. 하긴, 이런 허전함과 어수선함으로 가득했던 방송연예대상도 누구에게 대상을 줘야 하는지 줄 사람이 없어 고민해야 하는 MBC 연기대상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2010년은 MBC에게 힘겨웠던 한 해였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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