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MBC 연예대상의 최고 영예는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충분히 예상한 결과이다. 그러나 기타 부문에서는 거의 세바퀴가 휩쓴 것이 유재석의 당연한 대상 수상과 달리 다소 의외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 투표수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그 빛이 퇴색한 바 크지만 어쨌든 그것이 아니더라도 세바퀴가 시청률에서 무한도전을 앞지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바퀴의 연예대상 점령은 사회자로 박미선, 이경실 두 여자 개그맨이 등장한 것에서 느낄 수 있었다.

최우수상에 세바퀴 MC 세 명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최고 프로그램에도 세바퀴가 올랐다. 이 부분은 투표수 조작 논란이 있어 개운치 못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흘러 주변 상황들은 모두 잊혀지고 2010년 최고 프로그램에는 세바퀴라는 것만 기억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올해 MBC 연예대상은 대상 외에는 거의 세바퀴를 위한 시상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세바퀴는 그럴 만한 성과를 거뒀다.

유이, 조권 등 세바퀴에 출연했던 아이돌을 일약 스타덤에 올리는 불씨를 피우게 했고, 세바퀴의 세 MC 특히 박미선의 재도약을 견인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세바퀴의 가장 큰 업적은 김현철을 데뷔 16년 만에 뒤늦은 전성기를 맞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인맥의 발견 외에도 세바퀴가 유일하다시피 성공한 점은 프로그램 내용에 있다. 예능 천국 대한민국에 성공을 위해서 모두 차별성을 추구하지만 정작 아주 신선한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못했다.

세바퀴는 비록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예능의 통념 하나는 바꾸었다. 10대 아이돌 출연자부터 60대 선우용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일한 토크쇼로 자리 잡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세바퀴가 MBC 예능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받고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시간대도 여러 번 옮겨 다니는 수모를 겪다가 토요일 심야시간대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됐다. 절치부심이란 단어는 세바퀴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물론 논란도 없지 않았다. 특히 세바퀴에 출연한 아이돌 몇 명이 크나큰 수난을 겪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f(x) 크리스탈과 포미닛의 현아에 대한 논란은 대상이 미성년자들이었다는 점에서 고민할 점도, 안타까운 점도 남겼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그런 논란들이 대상 아이돌들에게는 고통을 안겨줬겠지만 그로 인한 이슈의 혜택은 세바퀴에게 긍정적으로 돌아갔다. 이런 점들은 2011년에도 세바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요소이다.

선우용녀, 조형기, 임예진 등 50대 이상의 고정층에다가 그때 그때 떠오르는 아이돌을 출연시키는 기본 포맷은 변하지 않을 것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아쉬운 점을 빼놓고 세바퀴는 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어도 예능 혹은 퀴즈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살짝 비트는 정도는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점은 바로 유재석, 강호동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능을 시작하려는 모든 PD들은 가장 먼저 국민MC 두 사람을 염두에 둘 것이고, 그래야만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KBS 남자의 자격이 그렇듯이 세바퀴도 유재석, 강호동 없이 올해에 가장 크게 성공한 예능이라는 점에서 2011년의 예능 제작진의 의식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 강호동이 가진 파워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만이 예능 성공의 전부는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세바퀴와 남자의 자격이 스스로의 성공으로 입증했다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이제는 2선에 밀린 듯한 과거의 예능스타들과 새로운 신인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그런 세바퀴가 굳이 네티즌 인기투표에 최고로 뽑히지 않았어도 충분했었다. 어차피 일 년간의 노력과 성과를 시청자 대부분이라고 할 수 없는 몇 만 명의 투표로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MBC가 근래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결국 조작이라는 오명에 얼룩진 연예대상은 그런 MBC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MBC가 투표를 조작했다 아니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MBC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한편 일밤의 여전한 침체는 MBC 연예대상의 우울한 그림자였다. 일밤은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일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