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 축구는 정말 많은 쾌거들을 이뤘습니다. 그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쾌거를 꼽는다면 바로 남아공월드컵 16강일 것입니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이영표, 차두리 등 우리의 태극 전사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로 세계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조별 예선에서 1승 1무 1패라는 성적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깊은 인상을 남긴 2010년 태극 전사들은 충분히 박수와 격려를 받을 만 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태극 전사들이 좋은 활약을 보인 데에는 허정무 전(前) 축구대표팀 감독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강렬하면서도, 때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잘 아우르며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허정무 감독은 '국내파 감독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파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을 이룬 감독으로 영원히 남았습니다. 물론 부진할 때는 상당한 비판도 받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의 별칭인 진돗개처럼 꿋꿋하고 강인한 정신으로 축구대표팀 최장수 감독을 지내며 2010년을 가장 빛낸 축구인으로 평가받을 만했습니다.

▲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사령탑 허정무 감독 ⓒ연합뉴스
2010년 허정무 감독은 정말 바빴습니다. 상반기에 월드컵을 위해 국가대표팀에 전력투구했다면 하반기에는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 부임해 K-리그 감독직을 맡아 반 시즌을 소화했습니다. 또 시즌 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3위를 보여준 선수들의 그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러한 다양한 성과들 덕에 각종 강연, 인터뷰, 시상도 끊이지 않았고 얼마 전에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특별공헌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축구라는 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한 허정무 감독은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며 한 해 동안 한국 축구 발전에 보이지 않는 숨은 공을 세웠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허정무 감독이 걸어온 길은 충분히 가치 있고 흥미로운 면이 많습니다. 통상 장기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목표를 이뤘다면 한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마련인데 허정무 감독은 쉼 없이 새로운 도전을 거듭했습니다. 현역 선수와 마찬가지로 뭔가를 도전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의지가 강하다보니 허정무 감독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 노력했고, 그러면서 박수 받을 만한 성과들도 많이 냈습니다. 모든 토끼를 다 잡는 게 쉬운 것은 분명히 아닌데 허정무 감독은 직접 부딪혔고 그 도전과 의지만으로도 박수 보낼 면이 많았습니다.

사실 허정무 감독에 대한 고정관념, 비판은 국가대표 감독 시절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실패, 2000년 아시안컵 우승 실패 등의 경력 때문에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붙었습니다. 하지만 과감한 신예 기용, '유쾌한 도전'을 연달아 언급할 만큼 돋보였던 긍정적인 리더십 등이 부각되면서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은 금방 대표팀 선수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덕에 무패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고, 본선에서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변화하고 그럼으로써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자체만으로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어쨌든 2000년에 느꼈던 아쉬움을 10년 만에 완전하게 풀어낸 것은 허정무 감독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 있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허정무 감독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월드컵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더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 어느 정도 휴식 기간이 주어졌다고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벌써 내년 시즌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클럽 축구,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가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언을 할 계획이어서 이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중단 없는 도전이 있어 눈부신 허정무 감독의 2011년 행보가 2010년처럼 탄탄하게 잘 이어져서 그가 바라는 한국 축구 발전에도 밀알과 같은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월드컵 국내파 첫 16강 감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가 자주 언급하는 '당당하고 유쾌한 도전'을 꾸준하게 펼쳐나가는 허정무 감독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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