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다가오니 막말을 쏟아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막말이라도 해야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국가기밀까지 폭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 황당할 뿐이다.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들의 행태가 황당하다.

지역감정은 정치를 하는 자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이라 여겨진 방식이었다. 극단적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몰아가려는 행태는 아주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교도소에 있는 김기춘이 부산 복집에서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사건은 유명하다.

"'미스트롯' 후 전라도 행사는 처음 와본다. 가인이가 경상도 가서 울었다는데 그 마음을 제가 알 것 같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보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여러분 열화와 같은 성원 보내주셔서 너무 힘나고 감사하다"

트로트 가수 홍자가 지난 7일 전라남도 영광에서 열린 법성포 단오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광주 MBC 유튜브 갈무리)

70년대 나온 발언이 아니다. 지난 7일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열린 '2019 영광 법성포 단오제' 축하 무대에서 트로트 가수 홍자가 한 발언이다. 70년대에도 공개적으로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선동하기 위해 하는 정도였다.

2019년에 이런 발언이 지역 축제에서 나왔단 사실은 경악할 일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뿔이 나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살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와보니 전라도 사람들도 사람이었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런 발언을 웃자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일까? 이런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로 경상도에서는 여전히 전라도 사람들은 짐승이라고 인지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충격을 넘어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황당한 것은 홍자의 외가가 모두 전라도라는 점이다. 스스로 무대에서 전라도 사람들이 뿔난 괴물이라고 표현하더니, 외가쪽 사람들이 모두 전라도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름의 무대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 발언을 쏟아낸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할 뿐이다.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라는 노래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동생그룹으로 알려진 '투모로우바이 투게더'가 부른 곡이다. 이런 식의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묘사라면 이해를 하겠다. 홍자는 '투모로우바이 투게더'와 같은 감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똘이 장군>

1978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만화영화 <똘이 장군>은 독재시절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반공 영화였다. 아이들을 상대로 반공 교육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북한군은 뿔난 악마 정도로 표현되었다. 포악하고 탐욕스러운 빨간 돼지를 잡는 똘이 장군의 활약 기는 독재시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낸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여전히 북한군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자가 있다. 그리고 그런 자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리도 존재한다. 최소한 이성을 가진 이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종북 좌파와 빨갱이 논리가 먹히지 않자 다양한 방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들을 갈라놓고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논리 외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현실이 서글프다. 그런 상황 속에 전라도 비하 발언은 허탈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이를 당연시 여기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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