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연기대상을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현재로선 그래도 한효주와 김남주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올해 MBC의 자존심인 <동이>의 한효주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미 구겨진 자존심이다. MBC 드라마는 2010년에 KBS나 SBS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효주를 주든, 아니면 김남주를 준다 하더라도 여전히 초라한 시상식이 될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로는 MBC의 자존심을 회복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럴 땐 제3의 길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BS 연기대상이 2008년에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일을 상기할 일이다. 그때 SBS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근영 대상 카드를 선택했다. 당시 SBS에는 상업적인 성공작도 있었고 톱스타 후보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다 제치고 크게 성공하지 못한 드라마의 문근영에게 대상을 줬던 것이다.

이것으로 SBS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그해 최고의 연기대상 시상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반면에 MBC는 그때 김명민과 송승헌에게 공동대상을 수여함으로써 최악의 막장 시상식으로 악명을 떨쳤다.

SBS가 작품성과 연기력만으로 대상을 준 것 같은 이미지를 형성한 대신, MBC는 상업성을 지나치게 고려한 것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작품성, 연기력과 상관없는 방송사의 상업적 이익에 근거한 상 나눔 파티에 환멸을 느꼈다.

MBC는 올해, 그때의 SBS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MBC에는 <파스타>의 공효진이 있기 때문이다. <파스타>에는 현재 연예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뛰어난 작품성이 있었다.

<추노> 때문에 김이 다 빠져버린 <동이>를 큰 성공작이라고 하긴 힘들고, 전작보다 못한 <역전의 여왕>도 높이 평가하기 힘들며,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욕망의 불꽃>은 막장적 성격 때문에 만약 상을 받을 경우 또 한번 MBC에게 망신살이 될 것이다.

<파스타>는 트렌디 드라마들이 대체로 힘을 잃은 요즘에 등장한, 모처럼 힘이 있는 트렌디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공효진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연기자 한 명의 연기가 이 정도로 작품의 성공을 좌우하는 경우는 드물다.

<파스타>에서 공효진의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한 역할에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재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배우들 누구도 작품 속에서 공효진 이상의 비중으로 작품을 이끌지 못했다.

그러므로 <파스타>와 공효진은 올해 MBC에서 최고의 작품,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상업성이나 스타성 등에서 조금 밀릴 뿐이다. 그래서 좋은 선택이다. 어차피 상업성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긴 MBC다.

이럴 땐 오히려 순수하게 작품성과 실력만으로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러면 MBC 연예대상의 명예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시청률이나 방송사 기여도, 스타성 같은 것들이 시상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처럼 돼버린 지금, 작품성과 실력만으로 대상을 결정한다면 우리 시상식 문화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최고의 외모가 아니어서 CF퀸들에게 계속 밀렸던 공효진. 그녀가 대상을 받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것이 작품으로 실망을 준 MBC가 연말에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일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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