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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방통위, 속편해 보이는 최시중 위원장[기자수첩]박근혜 싱크탱크로 간 '종편 심사'
김완 기자 | 승인 2010.12.28 15:19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28일 오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방통위 전체회의까지 늦춘 일정이었다.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였다. 15개 세법 관련 시행령을 의결하고, 구제역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에 공정사회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공정사회 기준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부족했던 분야는 철저히 점검하고 내년에 더 진전이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노력해야 한다"며 "각 분야에서 공정사회가 정착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강조 된 '공정사회'의 메시지를 들으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하나의 이름을 되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병기 전 방통위 상임위원 그는 현재 방통위의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장이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은 어제(2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정책을 만들 싱크탱크 조직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만만치 않은 위상이다. 가장 유력한 '미래권력'의 미디어 정책을 다듬는 핵심적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가한 그 시간, 방통위는 기자들로 붐볐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박근혜 싱크탱크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였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박 전대표 싱크탱크에) 참석한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심사위원장 선임 전에 알았더라면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라는 짤막한 코멘트를 했다. 그리고 "심사위원 제척 사유에 연구원 참여는 없다"면서 "(알았다고 해도 선임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교체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종편 사업자 선정에 뛰어든  조중동은 관련 내용으로 정치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특히, 강한 경계를 보인 곳은 조선일보였다. '박근혜, 대선 스케줄 앞당기나'란 제목의 기사가 1면 헤드라인을 차지했고, 이어진 3면 기사에서 이병기 심사위원장의 참가를 비판했다. "정치적 중립이 우려되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해 덜했지만, 역시 관련 내용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 막판에 '박근혜 변수'가 돌출했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의 참가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금껏 뒤에서 박 대표를 도왔던 분"이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수년 전부터 박 전 대표에게 방송통신과 과학기술을 조언해왔다"고 했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어중이떠중이 이름 올리듯 참가한 것이 아니다라는 확인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선 오래전부터 박 전 대표를 도와왔다는 얘기다.  
 
심각한 문제다. 이병기 심사위원장 외에 또 한명의 종편 심사위원도 박근혜 싱크탱크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박 전 대표의 방송통신언론 정책을 만들 4명의 브레인 가운데 2명이 종편 사업자 선정에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공정성에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물론 사업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며 화룡정점의 심사위원장 검증에 실패한 방통위는 마땅히 곤혹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는 겉으로만 그런지는 몰라도 "상관없다"는 편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자들 역시 아직은 이해관계의 득실이 계산되지 않아 의도된 침묵을 보이고 있을 뿐, 행여나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어김없이 물어뜯을 것이다. 

   
  ▲ 종편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박근혜 싱크탱크에 참가한 이병기 서울대 교수ⓒ연합뉴스  
지난 23일 방통위는 종편 심사 위원장을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맡았고, 나머지 13명의 심사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선정 이후 심사위원 결격 사유가 밝혀지면 결과에 대해서 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는 기자의 질문에 “더 많은 다양한 걱정들을 상임위원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했고 발표 결과에 대해서는 심사위원과 위원회가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이런 저런 사유로 얽히고 설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비교적 결격사유가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 데 무척 고생했고 질타는 질타대로 칭찬은 칭찬대로 받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심사위원 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사람이 결국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한 사람이었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이 총괄하는 심사는 어떻게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책임을 지겠다는 최시중 위원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 행여 지금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편 사업자 선정의 책임을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친박계와 친이계의 연대 책임 사안으로 만드려는 물귀신 작전 밖에 안 된다.

아직까지도 1~2개를 선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청한 6개 사업자를 모두 내줘야 하는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매한 상황에 갑자기 호출된 박근혜 전 대표는 행여나 누가 종편 사업자에 선정되느냐에 따라 특정 언론과 불천지 원수가 될 수도 있는 딱한 형편이다. 친이계가 벌인 도박판에 애꿎게도 설거지를 맡았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의 해석도 가능한 그야말로 오리무중의 상황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병기 교수는 오래전부터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왔고, 권력의 속성상 그 관계는 앞으로 끈끈해지면 끈끈해졌지 느슨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종편 심사위원장에서 사퇴해야 한다. 미래 권력의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사람이 현실의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도의가 아니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방통위와 최시중 위원장 역시 "몰랐고, 상관없다"는 편리하고 속편한 입장이어선 곤란하다. 고도의 정치적 의도를 숨기며 뭉개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깔끔하게 사퇴시키는 것이 순리다. 방통위와 최시중 위원장 입장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이야 말로 핵심적 과제, 역점적 사업이다. 이제 와서 마무리를 다른 정파의 구성원에게 주는 것은 누가 봐도 모양새가 우습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그토록 각별히 강조하는 '공정 사회'에 맞지 않는 일이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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