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란 단어의 뜻 그대로 숭앙받는 존재.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아낌, 그리고 찬탄을 받는 이들입니다. 각종 방송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노출되기에 언제나 우리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친숙함을 느끼면서도 그네들의 빼어난 용모나 능력, 재능으로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죠. 드라마 온에어에서 이범수가 내뱉은 대사처럼 대중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동경하게 하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방법인. 철저하게 보호받고 분리되는 것이 아이돌의 존재 이유이자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고함과 유별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돌, 그것도 걸그룹이 있습니다. 생계형 아이돌에서 이젠 성장형 아이돌로 불러달라며 정상의 위치까지 차근차근 올라왔고, 이젠 어느새 한류 스타로 당당히 자리 잡은 카라가 그 주인공이죠. 그녀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아이돌의 공식과는 전혀 거리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툭하면 망가지기 일쑤였고, 굴욕도 마다하지 않는 장면도 무수히 많았고, 남들은 꺼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아웅타웅의 연속이었죠.

이런 절박함, 혹은 열심은 눈만 뜨면 새로운 그룹들이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것처럼 갈수록 치열해지는 지금의 아이돌 경쟁시대에야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각종 성형사실이나 연습생 때의 뒷이야기 같은 자신의 터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작은 일에도 어떻게든 카메라 한번을 더 받기 위해 어색한 무리수를 연발하거나 과장된 춤사위나 분장으로 주목받기도 하기도 하죠. 어떻게든 자신이 속한 그룹 이름을 한번이라도 더 방송에 내보내는 것. 지금은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의무가 되어버린 아이돌 전쟁의 시대니까요.

하지만 카라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시기는 그런 경쟁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것처럼 그녀들은 그룹의 존폐 여부 자체가 흔들렸었고,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는 앨범과 불투명한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승연을 필두로 개개인의 활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습니다. 아이돌이 이런 곳까지? 라는 의아함, 이상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성장한 그룹이 바로 한승연과 카라거든요. 그리고 이런 근성은 5멤버 모두가 기본적으로 장착한, 수많은 아이돌 중에서도 유독 카라만이 가지고 있는 묘한 특징이자 장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젠 일본에서도 통하는 한류스타의 대열에 끼었다며 의기양양하며 어깨에 힘을 주어도 좋으련만, 월요일 저녁 중에서 제일 시청률이 안 나오는 토크쇼에서도 영구 분장을 마다않고 특유의 털털함을 내보입니다. 다른 일본 진출 그룹들은 바쁜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하차를 결정했지만 자신은 프로그램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농사일에 매진하기도 하죠. 한국, 일본 양국을 오가며 잠잘 시간도 모자란 지옥 같은 스케줄을 병행하면서도 기름에 손을 데어가며 수백 개의 돈가스를 묵묵하게 만듭니다. 이런 성실함. 근성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다른 스타들이나 아이돌이 그런 것처럼 한때는 각종 루머에 맘을 다치기도 하고, 최근에는 난데없는 기무치 발언 탓에 속앓이를 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카라가 방송 태도 때문에 입방아에 오른 적은 없습니다. 그녀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보답하려고 했고, 지금의 성공은 이런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얻은 대가에요. 여전히 카라가 가요대상을 수상하거나, 걸그룹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들이 선택한 길은 경외나 동경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고 편안한. 그래서 굴욕과 망가짐이 가득한, 대중에게 사랑받는 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성실함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카라라는 그룹, 그리고 각 개인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이들은 다른 어떤 아이돌보다도, 그녀들의 노력 때문에 정이 가는 사람들이거든요. 언젠가 영웅호걸에서 니콜이 말한 좌우명처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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