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는 새로운 걸그룹의 등장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등장했다고 하면 선두로는 Miss A가 있고, Girl's Day 정도? 크게 눈에 띄는 그룹도 없었고 오히려 걸그룹계에서는 보스들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녀시대, 카라에 이어 2009년에 등장한 걸그룹이 활약하고 있을 뿐이지요.

걸그룹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걸그룹은 발전이라는 표현보다는 안정 상태, 혹은 퇴보상태를 걷고 있는 상황이 더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녀시대는 이미 국내 최고의 걸그룹이지만 (인지도나 파급력 면에서) 확실히 작년 Gee 정도의 파격적인 상승은 없었지요. 카라도 사실 2009년 말에 이미 확실히 걸그룹계 제 2인자로 자리를 굳혀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걸그룹들의 상황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자리를 잡은 걸그룹으로 치면 애프터스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티아라도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티아라는 발전한 만큼 타격도 많이 입었지요.

애프터스쿨을 어떻게 “가장 발전한” 걸그룹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최고의 그룹" "잘난 그룹"이 아니라 “가장 발전한 그룹”은 2009년과 2010년의 상태를 비교해볼 때, 확실히 더 나아진 상태에 있는 걸그룹을 의미합니다.

1) "유이그룹"에서 벗어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애프터스쿨은 "유이그룹"에 가까웠습니다. 유이의 고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을 키울 줄 모르는 소속사가 유이만 밀어주어서 대중이 유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고, 결국 유이는 좋은 일은 다 하고도 욕만 엄청 먹는 현상도 있었지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유이의 체제였던 애프터스쿨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점은 유이에게서 가희로 돌아갔지요. 가희는 여러 예능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애프터스쿨은 "유이그룹"에서 “유이와 가희의 그룹”으로 좀 더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애프터스쿨은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섭 유닛을 내놓게 되었고, 그 중 막내인 리지가 해피투게더에 나와 대박을 터뜨려 이제 슬슬 가희만이 아니라 오렌지 캬라멜도 주목받으면서 인지도가 조금 더 분산되기 시작합니다. 오렌지 캬라멜도 방송에 나오게 되고 주목받지 못했던 나나나 레이나도 슬슬 대중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지요.

게다가 주연이 청춘불패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도도주연에서 허당주연쪽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예능감도 익혔고, 또한 부담감도 줄여서 다시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10년에는 유이만이 아닌 다른 멤버들도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는 활동을 많이 해서 인지도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게 된 것이지요. 참고로 이런 활동으로 인해서 유이에게 가졌던 반감도 많이 수그러드는 또 다른 이펙트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애프터스쿨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멤버는 유이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유이만 보이는
그러한 그룹에서 벗어나서 골고루 사랑받는 그룹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작년만 해도 유이가 싫어서 (그녀의 거품이 싫어서) 애프터스쿨을 싫어한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인지도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유이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이상 애프터스쿨의 팬층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지요. 이제는 유이=애프터스쿨이 아니니까요. 또한 유이 역시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게 되서 (거품이 빠지니까) 유이도 다시 새 팬들을 모으고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이지요.

2) 예능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다

한 가지 생각해보지도 못한 사실을 이야기해드릴까요? 2010년 예능계에서 고정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그룹이 어떤 그룹일까요? 소녀시대와 더불어 애프터스쿨이 가장 많은 고정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단 존재감이 조금 부족한 고정이 많았을 뿐이지요.

2010년에 애프터스쿨의 예능활동은 상당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거의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예능에 모두 출연했었습니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했고, 강심장, 라디오스타에도 등장했었지요. 뿐만 아니라 고정 프로그램도 많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애프터스쿨의 고정표를 보면 가희 (영웅호걸), 주연 (청춘불패), 유이 (밤이면 밤마다), 리지 (Running Man)에 나오고 있지요.

가희는 비록 비난은 받기는 했지만 초반 영웅호걸 인기몰이의 주연으로 활약했고, 주연은 청춘불패가 아마 폐지되지 않았으면 구하라와 더불어 선봉으로 활약했을 것입니다. 유이와 리지의 활약은 조금 미미하긴 하지만 내년에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겠지요. 이런 적극적인 예능활동이 바로 인지도 분산에 기여하는 역할을 했고, 또한 그룹과 멤버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청춘불패에 등장하기 전의 주연과 청춘불패 고정 후에 주연은 천지 차이입니다.아무 말도 안하고 얼짱 출신의 도도함만 유지하던 주연은 청춘불패를 통해서 완전히 이미지를 탈바꿈해서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런닝맨에서는 주춤하고 있지만 리지가 각종 예능에 나가서 빵빵 터뜨려주었기 때문에 오렌지 캬라멜 및 애프터스쿨의 인지도 넓히기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가희를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애프터스쿨에 여성팬을 상당히 많이 더해주었지요.

예능계에 가장 많은 멤버를 고정으로 가지고 있는 걸 그룹이 애프터스쿨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2011년 예능에서도 애프터스쿨의 활약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그룹의 새로운 면을 더하다

2009년과 2010년의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 변화입니다. 2009년에 애프터스쿨은 "섹시미" 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단편적인 그룹이었습니다. 그나마 유이가 조금 귀여운 멤버라고도 볼 수 있었겠지만 애교스러운 면은 별로 부각되지 못했고, 거의 "꿀벅지"로 주목받고 있었던 터라서 더욱더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또한 애프터스쿨의 컨셉 자체도 "기센 언니들" 컨셉이라서 (소속사에서 한국의 푸시켓돌을 만든다고 했으니...) 섹시함과 카리스마 있는 면을 좋아하지 않는 팬층을 확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단편적인 모습을 가진 걸그룹만으로는 인지도를 넓히기는 힘듭니다.

어느 걸그룹이나 다양한 멤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녀시대에서는 유리가 섹시미를 가지고 있다면, 동시에 써니, 태연같은 귀여운 멤버도 있지요. 원더걸스도 유빈같은 섹시한 멤버가 있었던 동시에 소희같은 귀여운 멤버도 있었고, 선미같이 애교 많은 멤버도 있었습니다. 애프터스쿨은 실제로 막내 베카조차도 귀여움이라고는 별로 없었습니다.

허나 리지, 나나, 레이나를 합류시키면서 걸그룹의 필수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귀여운 멤버와 애교스러움을 확보했습니다. 리지만이 아니라 "시크하다"고 여겨졌던 나나마저도 애교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그 부분에서도 팬층을 확보했지요.

그렇다고 해서 애프터스쿨이 컨셉을 바꾸거나 정체성을 잃어버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가희와 정아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애프터스쿨 전체가 큐트컨셉으로 바뀔 일은 없기 때문이지요. 또한 애프터스쿨의 막내라인도 평균키가 168정도는 돼서 섹시컨셉을 소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기에 특별히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더해진 귀여움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요. 또한 정아와 주연의 허당적인 면까지 더해져 접근하기 어려웠던 "언니그룹"의 포스가 약간 줄어들면서 조금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애프터스쿨은 2010년에 크게 한방을 터뜨리지는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1위를 달성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그런 것도 없었고, 애프터스쿨이 출연한 예능이 특별히 대박난 케이스도 없었지요. 하지만 애프터스쿨은 2010년에 여러 정비과정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걸그룹이 갖춰야 할 많은 면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도 애프터스쿨의 활약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예능에서는 가희 / 유이 / 리지가 활동할 것이고, 연기면에서는 주연이 이미 일일극을 하고 있고, 아마 유이도 연기 진출을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가희도 내년쯤에는 솔로곡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2010년에 가장 발전한 걸그룹은 바로 "애프터스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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