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마지막 주에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영광은 <Litte Fockers>에게 돌아갔습니다. 우리에겐 <밋 페어런츠 3>라고 하는 게 더 편하겠죠? 전작인 <Meet the Fockers> 이후 6년 만에 제작된 속편이지만 단숨에 1위를 차지했군요. 제작비가 1억 불이긴 하지만 수요일 개봉으로 닷새 동안의 흥행수입이 약 5천만 불을 기록했으니 나쁘진 않습니다. 그나저나 지난주의 <How do you know>도 그렇고 요즘은 확실히 제작비가 대체적으로 상승하긴 했나 봅니다. 예전엔 1억 불 이상의 제작비는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의 전유물이었는데... 개런티 문제가 걸림돌인 걸까요?

1위를 차지했고 흥행수입도 괜찮으나 마냥 좋은 성적만은 아닙니다. 전작은 동기간에 4,610만 불을 벌어들였던 데 비해 1천만 불 이상이 뒤처졌습니다. 닷새 동안의 기록을 보면 7,050만 불이라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무려 6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말입니다. 여기서 다시 관객수로 따지게 되면 거의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이건 1편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네요. 그래도 연말 분위기에 발맞춰 개봉한 영화인 만큼 1억 불을 넘기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벤 스틸러와 로버트 드니로의 조합에 더스틴 호프만과 바바라 스트라이센드도 가세했고, 감독도 폴 웨이츠니 이름값은 해야죠!

전편에서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벤 스틸러가 이번에 또 한번 로버트 드니로와 부닥칩니다. 전직 CIA 요원이었던 장인이 집안의 가장 자리를 그에게 물려줄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려 하거든요. 결혼한 지 수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자 간호사인 사위가 영 마땅찮았던 겁니다. 과연 벤 스틸러는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Little Fockers>의 예고편입니다.

2위는 코엔 형제의 신작 <트루 그릿>입니다. 비록 1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트루 그릿>은 코엔 형제가 연출한 영화들 중에서 개봉 첫 주에 가장 높은 수입을 기록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전엔 약 1,900만 불인 <번 애프터 리딩>이 최고였는데 이 영화가 600만 불 이상을 초과하면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트루 그릿>은 2007년작 <3:10 To Yuma> 이후 웨스턴 무비로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10 To Yuma>의 최종수입이 5,360만 불이었으니 금세 뛰어넘겠군요. 그리고 오프닝 수입만 따지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다음으로 높습니다. 이대로 쭉 흥행세를 이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가진 코엔 형제 최고의 흥행수입(약 7,400만 불)도 뛰어넘었으면 좋겠군요.

1969년작을 리메이크한 <트루 그릿>은 한 소녀의 복수담으로 시작합니다. 14살 소녀인 매티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흉폭하기로 악명이 자자한 보안관을 고용합니다. 성격이 괴팍하고 술에 쩔어 살던 그가 완강히 거부하지만 매티는 동행을 시작하고, 중간에 또 다른 남자도 합류하여 범인을 쫓습니다.

<트루 그릿>은 소녀를 제외한 세 명의 남자 배우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주인공은 제프 브리지스고, 그와 함께 살인범을 쫓는 남자는 맷 데이먼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를 살해한 자는 조쉬 브롤린입니다. 충분히 구미가 당기죠?

<트루 그릿>의 예고편입니다.

지난주에 1위로 데뷔했던 <트론>은 3위에 그쳤습니다. 2주차도 2천만 불의 수입을 달성했지만 아무래도 제작비를 건지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영화가 어떤지는 봐야 알겠지만, 비주얼에 열광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이맥스로 꼭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트론>은 거의 대부분을 3D로 촬영했으며, 특히(!) 전체 러닝타임 중에서 40분은 아이맥스 3D로의 디지털 변환을 거쳤습니다. 그러니 <트론>의 진가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아이맥스 3D로 관람하세요.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의외로 상위권에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금세 순위가 하락할 줄 알았는데 가까스로 1천만 불을 넘어 4위에 머물렀습니다. 아마 크리스마스 주간이었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머네요. 자국에선 제작비의 절반도 못 건졌고, 전 세계를 합해도 약 1억 9천만 불입니다.

지난주에 2위로 깜짝 데뷔했던 <요기 베어>는 세 계단이나 하락했군요. 관객 반응이 워낙 저조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는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는 것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네요.

확대개봉을 하면서 단숨에 4위로 올라왔던 <파이터>가 일주일 만에 6위로 떨어졌습니다. <요기 베어>와 반대로 관객반응은 꽤 좋은데 흥행수입은 그만큼 뒷받침이 되질 못하고 있네요. 이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역시 미국은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의 파워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연말에다 크리스마스까지 있으니까요.

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배우 중 한 명인 잭 블랙의 신작 <걸리버 여행기>가 7위로 데뷔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순위도 순위지만 흥행수입이 고작 720만 불이라니...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당일인 토요일에 개봉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틀간의 수입이 1천만 불도 돌파하지 못했다는 건 정말 충격적입니다. 어째서 <요기 베어>나 <나니아 연대기>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기록을 낸 것이냔 말이다!!!

잭 블랙의 전작들을 훑어봐도 이만큼 저조한 성적을 내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최근 몇 년간 최저의 데뷔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비 카인드 리와인드>지만, 그거야 비수기 개봉에 극장수가 800개 남짓이었으니 이해합니다. 하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크리스마스 개봉에 2,500개에 육박하는 극장을 가졌고, 3D로도 개봉했는데...

예고편은 참 재미있어 보이는데, 내용은 설명 안 해도 다들 아시죠?

<블랙 스완>도 개봉 극장수를 507개 더 늘렸지만 8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장르를 생각하면 이건 아쉽긴 하지만 이해는 갑니다. 제작비가 워낙 저렴한 바람직한 영화라 벌써 두 배가 넘는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다섯 계단이나 하락하며 9위로 처진 <탱글드>도 안타깝네요. 초반에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보면서 질겁하게 만들더니, 개봉 5주차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이런 성적이라면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다는 얘긴데... 전 세계 흥행을 합해도 제작비를 건지지 못한 안습의 작품으로 남겠네요.

앞에서 유감을 표했던 타 영화들과 달리 <투어리스트>의 성적은 심히 공감이 갑니다. 이미 봤거든요. 그리고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거든요. 그나마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의 이름값 때문에 이 정도의 성적이라도 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골든 글로브에 이 영화가 후보로 오른 것은 당최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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