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의 막말 퍼레이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계속되는 막말에 언론의 비판도 제기된다. 중앙일보는 "막말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까"라고 지적했고, 경향신문은 한국당 막말의 원인에 대해 "대표와 원내대표도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하는 판이니 나무랄 수 없을 것"라고 꼬집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왼쪽)과 민경욱 대변인.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나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도자로서 조직을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잘못하니까 책임을 묻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일 관계, 대미 관계가 모두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용기 의장의 발언은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 의장의 발언은 조선일보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노동교화형을 받았다는 보도에 기반했는데,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관련기사 ▶ 조선일보의 '김영철 숙청설', 오보로 드러나)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에서 발생한 유람선 사고에 대해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헝가리 측과 협력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SNS에 글을 남겼다. 그러나 민 의원의 발언은 유족을 배려하지 않은 막말이란 국민적 질타가 쏟아졌다.

▲3일자 중앙일보 사설.

자유한국당에서 쏟아지는 막말에 많은 언론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3일자 중앙일보는 <막말·혐오 대신 자유한국당의 대안을 듣고 싶다> 사설에서 "마치 '막말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것일까"라며 "그렇지 않으면 주요 당직자들이 돌아가면서 이런 막말을 쏟아내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용기 의장의 발언에 대해 "아직 사실 확인도 안 된 내용을 사실로 전제한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설령 외교관을 '처형'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이 어찌 신상필벌이며 문 대통령보다 나은 면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툭하면 '김정은'을 끌어내 문 대통령을 비난하곤 했던 한국당이 급기야 '김정은 치켜세우기'라는 무리수로 비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민경욱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도대체 민 대변인이 하고픈 말은 무엇인가"라며 "대형 재난의 순간, 다 끝난 참사이니 정부와 대통령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한국당은 근래 상습적인 막말로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먹었다"며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지난 2월 5·18 망언), '세월호 유족들 징하게 해먹는다'(4월, 세월호 망언), '달창' 발언(5월, 문 대통령 지지자 폄훼 발언) 등 월례 행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 전 강효상 의원이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입수한 뒤 '구걸 외교'라고 비난, 역풍을 맞은 사건도 '말'이 빚은 구설이란 점에서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야당의 존재 이유는 물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직무유기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김정은이 더 낫다'는 식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따라 품격 있는 언어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대표는 최근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자리에서 '(민생) 현장은 지옥과 같았다'고 했다. '지옥'이란 말마저 논란을 부르긴 했지만, 민생 현장이 매우 절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한국당이 지금까지 민생을 위해 내놓은 새로운 정책은 무엇이 있나. 대안 있는 비판은 또한 얼마나 있는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황 대표 말마나따 절박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듣고 싶은 것이 과연 혐오를 부르는 막말이겠는가, 아니면 미래의 민생 대안이겠는가"라고 사설을 마쳤다.

▲3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한국당의 계속되는 막말에 일침을 가했다. 경향신문은 <'헝가리 참사'까지, 끝없는 한국당 막말 퍼레이드> 사설에서 민경욱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얘기"라며 "그럼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사고를 당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 놓고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용기 의장의 발언에 대해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 지도자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보다 낫다니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망언"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한 뒤에도 정작 당사자는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다니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국당의 막말 퍼레이드의 원인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봤다. 경향신문은 "도 넘은 막말이 끊이지 않는 건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장 지도부에 충성도와 투쟁성을 보이면서 대중에겐 정치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유혹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치인들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유독 한국당에 막말과 설화가 빈번한 건 이 당에선 무슨 말을 해도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망언'을 한 전·현직 의원은 하나마나한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데 그치고,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한 의원에 대한 제명은 지금까지 유야무야한 상태"라며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걸핏하면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하는 판이니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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