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13회는 깊어지는 사랑에 대한 감각적인 영상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는 라임과 주원. 그들은 사랑하면 할수록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쉽게 사라져버리는 별 같은 주원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라임의 슬픈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릅니다.

신데렐라 하지원의 눈물이 아름답다

12회에서 너무나 달콤했던 눈 맞춤을 했던 주원과 라임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한없이 깊고 따뜻한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입맞춤보다 달콤한 그들은 정말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라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주원을 방해하는 종수에게 굴하지 않고, 중간에 비집고 들어서 라임 곁을 차지하고 환하게 웃는 주원의 모습은 어린아이와 같았습니다. 아침 산행을 하는 라임과 종수가 불안해 따라나선 주원은 체력적으로 우월한 그들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낙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습니다.

다리가 삐었다며 라임에게 과도한 스킨십을 가하는 주원은 한없이 그녀에게 빠져있을 뿐입니다. 장난이 과해져 진짜 부상에도 괄시를 받아야 하는 주원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라임과 단 둘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상상했던 산책을 그녀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상황이 너무 행복하기만 합니다.

너무 보고 싶어 정원에서 상상으로 했던 산책을 이렇듯 실제 함께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원은 라임을 사랑합니다. 한때 스쳐지나가는 바람 같은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열병처럼 찾아든 이 사랑은 주원을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영혼이 바뀐 탓일까요? 그들은 보폭도 바라보는 곳마저도 동일하게 서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감각적이고 탁월한 공간을 활용한 감성 전달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을 해주었습니다. 그 산책의 끝에서 라임이 보여준 주원에 대한 생각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별들의 세계가 그러하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쉽사리 사라지고 만다. 그의 진심이 궁금해 읽은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오래 잡아두었던 구절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그래서 내게 얼마나 먼 사람인지. 그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라임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사람들인 부모님이 그러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자신 곁에 오래 함께 하지 못한 그들처럼 주원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라임을 힘겹게 만들기만 합니다.

별장 라임 침실을 사이에 두고 벌이던 그들의 바보 같은 투정과 한 침대 위에 누워 벌이는 모습은 야하지 않지만 그 어떤 야한 장면보다도 감각적이고 탐미적이었습니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면 저 멀리 사라져버릴 것 같아 말도 못하는 라임은 주원의 품에 안겨 그를 바라봅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주원에게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 라임과 그런 그녀를 지켜주려 "김수한무~"를 외치는 주원의 모습은 <시크릿 가든>이 얼마나 탁월한 감각을 가진 드라마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주원과 라임의 사랑이 그렇게 깊어지듯 오랜 오해로 아프기만 하던 오스카와 슬이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풀어내지 못한 오해에 아팠던 그들이 조금씩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과는 달리, 주원과 라임은 사랑이 깊어지면서 그 아픔은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항우울제 처방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 주원의 어머니는 허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임의 집을 찾습니다. 주원의 속옷을 발견하고 광분한 주원의 어머니는 오스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합니다. 죽은 부모를 욕하는 그녀를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열하는 라임은 13회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감정을 극한까지 이끌어 오열하는 라임의 모습은 그녀가 처한 상황을 가장 극적이며 효과적으로 표현한 장면이었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거지 같애..."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마저 울먹이게 만들 정도로 호소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접하고 라임을 찾아다니는 주원과 그런 주원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여자를 택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주원에게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져 왔음을 의미합니다. 밤새 라임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만난 라임은 주원에게 의미 있는 말을 건넵니다.

"참 대단하신 어머니를 두셨어요. 매 순간 그 잘난 집 거실에 서 있게 하시더니 이젠 매일 눈 뜨고 눈 감는 내 집에 날 세워두시네"
"난 이제 내 집 거실에서 매 순간 어제 당한 일 떠올리면서 숨 쉬고 밥 먹고, 농담도 하면서 살아야해. 알아. 그러니까 밤 좀 샜다고 유세 떨지 마. 그리고 이제 구질구질한 내 현실에서 나가줘. 나가서 원래 살던 동화 속에서나 살아. 예쁘게"

동화와 현실이라는 그 극한의 차이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 라임을 울게 하고 주원을 아프게 합니다. 서로 만나서는 안 되는 동화와 현실이 하나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 지독한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고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이유겠지요.

‘겉은 명품인데 인생은 하자’라는 오스카의 말처럼 동화 속에서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살아왔던 그들이 동화 밖으로 나와 경험하는 현실은 너무 힘겹고 어렵기만 합니다. 동화 속으로 들어서는 것 같은 화려한 VVIP 파티에 들어서지 못하고 차가운 날씨에 떨고 있는 라임처럼 말입니다.

동화 속으로 들어서는 게 두려운 그녀를 동화 속 공주로 변신시킨 오스카. 그렇게 동화 속으로 들어선 그들은 과연 그 동화 속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현실을 동화처럼 혹은 동화를 현실처럼 인식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과연 진정한 사랑으로 그 끝없는 간극을 메워낼 수는 있을까요?

숨고 피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주원과 라임의 관계. 그 어렵고 힘겨운 관계 속으로 들어서는 라임은 현실을 버리고 동화 속 공주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힘겹기만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모습이 아닌 호박 마차를 타고 신데렐라가 되어 정해진 시간 안에 만끽해야 하는 파티에 들어선 그녀는 과연 왕자의 마음을 빼앗으며 해피엔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매력적이며 달콤하고 아리기까지 한 로맨틱 코미디 <시크릿 가든>은 그렇게 비밀의 정원을 거니는 주원과 라임의 모습을 통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전개를 넘어 마무리 단계로 넘어서야만 하는 다음 주 그들은 과연 동화와 현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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