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예대상에 이경규의 이름이 다시 올랐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상 결과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상 후보에 오른 누가 타도 큰 문제는 없을 그런 쟁쟁한 얼굴들 속에서 이경규의 수상은 그의 팬클럽의 프랑카드에 적힌 것처럼 지난 30년간의 행복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는 중요한 상징을 담은 미래 지향적 결과라고 보고 싶다. 강호동, 유재석의 전성기에 밀려났던 50대 이경규의 부활은 지난 어떤 연예대상보다 흐뭇하고 깊은 뜻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최우수상에 김병만, 이승기 그리고 청춘불패 구하라까지 모두가 받을 만하고 오히려 그 상이 적다고 할 수는 있어도 과한 시상은 없었다. 특히나 언제나처럼 상을 받고 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흘리는 여자 코미디언들의 모습에서 연예대상이 위기의 코미디계에 작은 불씨가 돼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우수상을 받은 김병만이 수상소감에서 타사 사장에게 코미디에 투자해달라는 말이 대단히 크고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다만 문제라면 그것이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심지어 정치권에서조차 없애라는 압력이 있었고 결국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이제는 잊혀진 코너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적어도 한해를 정리하는 연예대상에서 그들의 공로에 대해서 상징적이나마 흔적을 남겨주기를 바랐지만 고작 그들의 이름은 후보자 명단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봉숭아 학당의 동혁이 형 장동혁과 박성광의 우리를 술 푸게 하는 세상 두 코너들이다. 대한민국 방송이 갈수록 예능 천국이 되고 있지만 그 웃음이 그저 웃음뿐이라면 이 코너들은 코미디가 가진 풍자와 해학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의미 있는 웃음을 주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개그 콘서트를 아주 열심히 보지는 않았지만 이 코너들보다 더 흥미롭게 보고 또 기다리게 했던 것은 김병만의 달인 정도였다.
그러나 생방송 연예대상을 연출하는 PD는 묘하게도 박영진이 소감을 밝히는 동안 박성광의 얼굴을 두 번 비쳤다. 아마도 그들을 외면한 KBS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작은 저항이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KBS 연예대상은 그들을 외면함으로써 술 푸게 하고 말았다. 연예대상은 그들을 외면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시청자들과 코미디 역사는 그들의 가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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