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고스트? 이거야 원... 무슨 제목이 이래?
어머어머, 포스터는 또 저게 뭐야? 지금이 90년대인 줄 아나...
말도 마, 예고편은 어떻고!?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지만 관객들을 너무 얕잡아보는 거 아냐?

이상은 제가 <헬로우 고스트>를 보기 전에 가졌던 반응의 총합입니다. 이런 걸 두고 점입가경, 설상가상이라고 하죠.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극장에서 볼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어지간한 영화는 덮어두고 보는 편이지만 도무지 <헬로우 고스트>에는 흥미가 가지 않더군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나름 이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차태현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싼티를 감출 수 없는 영화라 여겼습니다. 까딱하면 그가 <복면 달호, 과속 스캔들>로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릴 기세로 보였죠.

그렇다면 시사회를 통해 보러 가면서도 석연치 않았던 이 영화에 대한 지금의 반응은? 180도까진 아니지만 90도 정도는 달라졌습니다. 이런 예측을 했다가 빗나가면 민망할까 봐 조심스럽습니다만... 같은 주에 개봉하는 <황해>가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봉 전부터 잡음이 많았던 <황해>는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사실상 이미 흥행에 적신호가 들어온 셈이죠. 그 틈을 <헬로우 고스트>가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먼저 <헬로우 고스트>는 관객의 반응이 양극단으로 갈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화입니다. 저도 이 영화의 마지막 몇 분이 없었더라면 아주 극단적인 혹평세례를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보는 도중에는 대체 무슨 영화가 이리 심심하고 지루하냐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머릿속에 있던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이런 설레발(?)은 결말부까지 다다르는 인고의 시간동안 변함없이 쭉 이어졌습니다.

꼬집어 말해서 <헬로우 고스트>는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엔 유머코드가 좀 빈약합니다. 상만의 몸에 귀신 넷이 번갈아가며 들어가서 저마다의 한을 푼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 덕에 차태현이 1인 5역을 하면서 코믹 연기의 달인임을 재차 몸소 시전하고 있다는 것이 몇 안 되는 볼거리입니다. 또한 으레 이런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귀신을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투적인 부분이 생략된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겠지만 말이죠)

문제는, 이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이 굉장히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결말을 향해 내달리려면 우선 감춰야 할 것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관객에게 제대로 된 감정의 전달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편집이 꽤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거의 뭐 절단신공에 가깝게 컷을 날려주시니 말입니다. 이에 더해서 상만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간호사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활용도도 낮은 편입니다. 전개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두 사람의 차이점을 공통점으로 이으면서 끝내 주제로 확장시키는 부분에서 미숙했다고 느껴집니다.

이상의 것들을 종합하여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관객들은 <헬로우 고스트>를 보며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이야기의 부재에다가, 그렇다고 시종일관 빵빵 터질 만큼의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니 지루함을 느끼는 게 무리도 아닙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희한하게도 결말부로 가면 뜻밖의 시너지 효과를 발산합니다.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헬로우 고스트>는 반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반전을 누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입장이라 조심하려고 했지만, 이걸 언급하지 않고는 도저히 이 영화를 옹호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몇몇 언론에서 반전 지킴이 운동 어쩌고 하는 기사까지 내보낸 상황이기도 하고...

분명 <헬로우 고스트>는 러닝타임의 97~8%가 무미건조했습니다. 이제 와서 저처럼 이 영화를 혹평하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그 점은 부인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너무나 지루해서 집중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던 탓에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의도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쨌거나 저로 하여금 완전히 방심하게 했던 덕분이라는 것이죠. 반대로 얘기해서 반전이 있음을 눈치 챘다면 싱거움 일변도의 영화였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헬로우 고스트>를 추천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수의 글에서 이 영화에 반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상, 그 효과는 훨씬 미미할 겁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 영화의 결말부가 안겨준 충격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이후에 맛보는 몇 안 되는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반전이 모든 것을 보상하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가 없지만 말이죠.

한편으로는 연출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애초에 유머를 좀 더 죽이고 드라마를 키웠다면 전체적인 흐름의 배분에서 지금보다 양호했지 않을까 합니다. 드라마라고 해서 반전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가장 무난한 코미디로 가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흥행에서는 이쪽의 약발이 더 잘 먹히니 그랬겠죠? 하지만 이걸 어쩌나요... <헬로우 고스트>는 정작 유머가 죽고 드라마만 살아남게 됐는데...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