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사찰 행사에 참석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사람들 모두 합장을 하고 반배를 하는데도 홀로 합장도, 반배도 하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다. 황교안 대표가 정치인 이전에 기독교 전도사 자격을 가진 종교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사찰행사에 참석까지 해놓고 합장을 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보통은 논란에 대해 즉각 반응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처신이지만 황교안 대표는 그동안 잠잠했다. 그러는 동안 불교계에서는 당대표 직에서 물러나라는 강한 비판도 등장했다. 그리고 논란 후 보름여 만에 황교안 대표의 사과가 있었다.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한 해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는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몰랐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사과는 오히려 또 다른 논란으로 점화되는 양상이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해명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법당 안에서 합장을 하고, 반배를 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모습이 아니라 올 3월 불교방송에 나온 장면이다. 황교안 대표의 말대로라면 불교식 예법인 합장과 반배를 ‘3월에는 알았는데 5월에는 몰랐다’는 이상한 논리가 된다.

또한 황교안 대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심각해진다. 황교안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유한국당 차기 대선후보로 꼽힌다. 미래의 일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요직을 고루 섭렵한 이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 수준의 불교 예법을 몰랐다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BBS 불교방송 포토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3월에도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은 불편하단 쪽이었다. 대웅전에서는 합장과 다소 어색하지만 반배를 했던 황교안 대표가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합장 대신 악수만 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 비판을 전해 듣지 않았을 리 없는 황교안 대표가 5월 불교 최대 행사인 부처님 오신 날에 보인 태도는 어떻게든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거짓말이든 혹은 상식이 너무 모자랐든 황교안 대표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황교안 대표가 “몰랐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게 된 것은 우리사회가 정치인의 언행에 매우 느슨한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달창”이라는 일베 용어를 사용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결국엔 그 뜻을 몰랐다는 말로 논란을 피해갔다. 정치인의 언행에 대한 면책이 너무 과하기 때문에 막말정치의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

전혀 변명과 사과가 되지 않는 “몰랐다”로 자신들의 잘못을 모면하려는 행태는 멈춰져야 한다. “몰랐다”는 무능함의 자인이다. “몰랐다”는 무능과 동시에 부정직의 관용어다. 무능하고 정직하지도 않은 정치인들에게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고, 사과를 못하겠으면 사퇴를 하라” 김성태 의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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