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백효안이 죽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8부작인 정글피쉬2가 이제 다음 한 편만 남겨두고 모든 것이 밝혀졌고 단 하나의 두려움만 남겨두고 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드라마에 대한 총평부터 말하고 싶다. 정글피쉬2는 KBS가 공부의 신에 대한 빚을 갚는 드라마이다. 공부의 신이 외면한 고등학생들의 현실 그리고 절망에 대해 대신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은 우리 현실의 일부분이다.

정글피쉬2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눈으로 볼 때에는 한결같은 문제아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명문고를 자퇴한 민호수, 인디밴드에 미쳐 돌아다니더니 덜컥 아이를 밴 여학생 등 그들의 속사정까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차가운 사회의 시선은 그저 쉽게 문제아라고 낙인찍으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나 죽은 백효안, 엉뚱한 폭력사건에 휘말려 학교에서 쫓겨난 바우 그리고 백효안 사건의 모티브가 됐던 가난한 아이 재은 등은 학교가 단지 성적 뿐만아니라 돈에 의해서 왜곡되고 있음을 똑바로 지적하고 있다.

고백하자면, 정글피쉬가 고발하고 있는 명문고의 사정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사립고교의 문제가 많다는 정도만 주워들었을 뿐 과연 돈에 의해서 고등학교조차 부정입학이 자행되고, 또한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생을 강제로 쫓아내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기 어렵다. 이 드라마가 밝힌 가화고의 부정은 진짜로 허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허구라 해도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글피쉬2가 청소년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 속의 보이지 않는 섬 학교를 제대로 고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극적인 소재들의 나열이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글피쉬1이 시험지 유출이라는 실제 특목고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것처럼 이번에 말하고 있는 부정입학이 실제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그려지고 있는 학교, 부자 학부모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아이들이다.

사건의 전말을 이렇다. 전국 최고의 명문고가 있다. 그 학교는 물론 공부를 잘하는 우수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회 배려 대상자라는 특례입학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쉽게 이해해서 가난한 집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제로는 가장 돈 많은 집 아이들의 안정된 합격을 보장받는 편법의 루트였다.

명문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아이가 너무 많아 성적만으로 선택할 수 없어 추첨을 하는 상황에서 사회배려대상자는 그런 추첨 없이 입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의 맹점을 잘 알고 그것을 악용하는 교사와 부자 학부모들이 합작해서 결국 백효안이라는 정의에 불타는 여학생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백효안의 죽음이라는 끔직한 일 말고도 정글피쉬2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를 변질시키고 있는 돈의 지배다.

사회배려대상자 제도가 특례입학의 검은 루트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배려 대상자가 학교에 들어와서도 결국 돈에 의해서 학교를 떠나게 되는 현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 주제를 말하기 위해 백효안의 죽음이 필요했고, 바우의 퇴학 그리고 이라이의 임신과 자퇴 종용 등의 주변 상황이 필요했었다. 아이들의 일탈을 옹호할 수 없지만 그 일탈의 배경과 그 처리에 있어서 학교란 환경은 아이들에게 그저 냉정하고 잔혹한 것이었다. 그런 정글피쉬2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고서는 구체적 사건들이 픽션이나 아니냐의 의미가 사라졌다.

정글피쉬2는 때로는 과격하고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인물과 사건의 진행에 있어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게 된다. 과거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으나 요즘은 반대라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글피쉬2는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공부의 신이 준 달콤한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해서 자연 정글피쉬2는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 되고 만 듯하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 드라마를 2010년 최고의 중편이라는 평가를 주고 싶다. 모든 드라마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적어도 한두 편 정도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둡고 절망스러운 현실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한다. 정글피쉬2가 학교라는 외딴 곳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 이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겠는가. 그 용기가 가상하다. 정글피쉬2는 청소년 드라마면서 사실은 기성세대가 느껴야 할 어떤 반성과 회개에 대한 요구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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