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주운전 살인이라 해도 어느 나라에서 범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몇 달 전 이슈가 되었던 대리운전 기사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메이저리거 선수를 살해한 음주운전자에 대한 51년 형과 너무 다른 판결은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어야 하나?

사업이 부도나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던 대리 운전기사 이동국씨는 허망한 죽음을 당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40여m를 후진해 대리 운전기사를 치고 그대로 도주한 살인범에게 살해 의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를 믿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음주 후 차내에서 대리 운전기사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40여m나 후진해 대리 운전기사를 치고 집으로 도주한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살인은 인정할 수 없지만 집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벌인 두 건의 교통사고를 인정된다는 판결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살인을 피하고 가벼운 경범죄에만 죄를 적용하는 선택적 판단은 무엇을 위한 법이란 말인가요?

대리 운전기사는 술 취한 취객에 의해 살인을 당해도 상관없는 존재라는 말인가요? 생명을 담보로 일해야만 할 정도로 험난한 직업이 대리 운전기사라는 것을 확정해주는 판결인가요? 대리 운전기사는 술 취한 취객이 죽인다 해도 그 죄를 물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인가요?

미국 메이저리그 에인절스의 유망주 닉 아덴하트는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음주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고 말았습니다. 숨지기 전날 6이닝 무실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오클랜드 유망주로서의 가능성을 만천하에 알린 그의 죽음은 야구팬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웠습니다.

유망주로서 처음으로 개막과 함께 선발진에 합류해 본격적인 성공 신화를 작성하려던 그에게 그날 사건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음주운전자만 아니었다면 우린 어쩌면 최고의 피칭을 하는 투수 닉 아덴하트의 이름을 떠올리며 흐뭇해 할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아덴하트가 숨진 지 1년이 훌쩍 지나 가해자 앤드루 갈로는 51년 형이라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명을 죽인 혐의와 뺑소니 등의 혐의를 들어 한 사람의 죽음에 각각 15년 형과 여죄를 합해 51년 형이라는 형은 24살인 가해자에게 더 이상 일상적인 삶은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음을 알리는 중형선고였습니다.

사업 부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일하던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기를 꿈꾸며 틈틈이 자신이 구상하는 가구들을 디자인하며 꿈을 잃지 않았던 대리 운전기사 이동국씨는 술 취한 취객에 의해 고의적인 살인을 당했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만약 유사한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요? 과연 미국에서도 대리운전자를 폭행하고 차 뒤편에 있는 대리 운전기사를 40여m나 속력을 내 후진해 치고 도주한 살인마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요? 그 어떤 나라도 음주운전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음주사고에 그 어느 곳보다 관대한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기록을 남겼습니다. 대리 운전기사는 일하는 도중 사망을 해도 그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음이 그것이 되겠지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뺑소니 사범 권상우나 음주 뺑소니를 친 김지수는 당당하게 곧바로 드라마에 출연해 어설픈 영웅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에게 온정이 흐르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차량을 들이받아 죽음으로 내몬 음주운전자는 51년 형을 받았습니다. 차량 뒤편에 자신이 폭행한 대리 운전기사가 있음을 알고 의도적으로 후진해 죽게 만든 음주운전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결정인가요?

"A 씨가 B 씨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숨진 B 씨가 A 씨 차량에 의해 숨졌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유죄 의심이 있어도 증거가 없으면,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도 고려됐다"

후진해 피해자를 넘어트리고 다시 피해자를 넘어서 도주한 가해자가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면 과연 어떤 방법이 살해할 의도가 되는 것일까요? 현장에서 숨진 피해자에게 차량에 의해 숨졌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아동 성폭행에 경악스러운 살인미수까지 저질러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며 감형을 해주는 나라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요? 만약 판사의 가족이 이런 상황에서 죽음을 당했다면 과연 동일한 판단을 했을까요? 정말 증거가 불충분하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믿고 있나요?

유족과 합의한 점이 고려되었다고 하지만 유족들은 살인 혐의가 명확함에도 무죄가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과실이어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의정부법원의 이번 무죄 판결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판결임이 분명합니다. 숨진 피해자가 대리 운전기사가 아닌 판사였다면? 재벌가 아들이었다면? 혹은 유력 정치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권력의 근처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었다면 동일한 판결이 나왔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뿌리내린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정설이 법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이번 판결은 치욕이자 경악할 만한 범죄와 다름없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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