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재범이라는 이슈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아이돌 리더에서 한국 비하의 죄인으로 그리고 또 다시 억울한 비운의 스타로 짧은 시간에 인생의 가장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이다. 보통은 한번의 몰락이 연예계 생활의 종결을 의미하는 편인데 재범의 부활은 그 자체로 신기한 일이다. 분명 재범에게는 일반 아이돌들에게 없는 아주 특별한 스타성이 잠재된 것이 분명하다.

한편 그러는 와중에 된서리를 맞은 것은 2PM과 박진영이었다. 2PM에게는 배신돌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리더를 버린 2PM 멤버들에 대해서 딱히 2PM팬이 아니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결국 재범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지금은 위도 아래도 아닌 어정쩡한 지점에 걸쳐 있듯이 2PM역시도 비난과 환호 그 중간쯤에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다. 사실 지금쯤이면 재범 사건에 대해서 뜨거운 가슴을 덜어내고 차분하게 논의해도 될 지점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정작 재범 문제에 대해서 핵심을 쥐고 있는 당사자들의 그릇된 태도 때문에 재범 문제는 여전히 시궁창을 구르고 있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박진영과 현 재범의 소속사 사장 정훈탁 사이 아니 정훈탁이 만들어내는 노이즈가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물론 발단은 박진영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승승장구 녹화 현장에 참여한 관객의 후기를 통해서 방송 전부터 트위터에 욕설을 써 갈기는 기획사 대표의 모습은 일단 곱게 보이지를 않는다.

이 현상이 얼핏 정훈탁이 재범을 보호하고, 재범의 결백을 믿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오히려 재범의 진실에 대해서 의혹을 갖게 하는 빌미도 된다는 점에서 노이즈 마케팅의 의혹도 사고 있다. 그렇지만 만일 사실을 알지 모르거나, 진실을 믿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 가라앉은 재범 문제를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 뭔가 대단히 엄청난 잘못이 있다는 뉘앙스를 느끼기에 충분한 박진영에 발언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범의 진실을 놓고 혼탁한 쌈박질을 벌인 두 사람 모두 욕먹어 싸다. 그러나 처음부터 재범 문제의 원죄는 박진영에게 있다. 밝힐 수 없다면 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 승승장구 녹화 때도 마찬가지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더라도 박진영의 발언 그 자체만으로 재범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대역죄라도 지은 사람이 되고 만다. 녹화장에서도 재범 관련 발언을 방송하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럴 거라면 김승우의 질문에 애초에 답변을 하지 말던가 했어야 했다.

재범과 관련해서 일관된 박진영의 태도는 실제로 드러내서 돌팔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아직 앞날이 구만리인 재범이 온몸으로 뚫고 나길 기회마저 차단하고 있다. 그 재범의 잘못이 무엇인지 말을 해야 해명을 하건, 용서를 빌 건 할 수 있다. 그러나 네 죄를 네가 알렸다의 사또 호령도 아니고 이건 아주 치사하고도 치명적인 협박이며 공갈 수준일 따름이다. 사실을 밝히라는 대중과 재범을 보호해야 하는 중간 입장에서 곤혹스럽다고 말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부연 설명에서 오히려 즐기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재범의 그 잘못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는 정말 용서받지 못할 비윤리적인 잘못이라면 재범을 연예계에서 퇴출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다. 둘째는 재범의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죄를 말하지 않는 것은 박진영 자신도 공범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면 대중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그가 재범을 데뷔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재범에게 뭔가 있다면서 현재 그를 데리고 있는 소속사 대표도 밝히라는 진실을 혼자 품고 있는 것은 그 의무에 대한 방기적인 태도이며 더 나아가 대중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악플에 상관 않는다는 그의 대범한 태도는 좋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연예기획사 대표로서, 프로듀서로도, 12월 한 달은 딴따라가 되는 박진영이 더 이상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대중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니라면 그는 유언비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언플로 재범이라는 한 젊은이에 대한 이미지 살인을 지속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