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실사영화로 탄생했다. CG의 비약적인 발달 덕에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특수효과가 입혀져 완성됐다. ‘알라딘’은 매 장면 장면마다 돈을 쏟아 부은 흔적이 역력하다.

옛 이슬람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지라 배우들의 아랍풍 복식, 알라딘이 왕자 행세를 하며 화려하게 등장하는 장면에선 제작비가 얼마나 많이 투입됐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매 프레임마다 화려한 디테일을 뽐낸다.

‘알라딘’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건 화려한 CG와 특수효과가 다가 아니다. 사람의 감성을 효율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뮤지컬 기법이다. ‘알라딘’은 주연 배우들이 뮤지컬 대사처럼 일부 대사를 노래로 소화했다. 그 덕에 중요한 감정선 소화는 배우들의 노래로 극 중 캐릭터의 감정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영화 <알라딘>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알라딘과 램프의 요정 지니의 관계를 보자. 세 가지 소원을 지니에게 빌면 그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지니는 알라딘에 비해 하위 관계에 있다. 제아무리 많은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주인이 말하는 소원을 무엇이든 들어줄 수밖에 없는 ‘하인’이 지니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니에게 있어 주인인 알라딘은 램프를 가진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으로 움직이질 못한다. 자스민 공주를 사랑함에도 그녀에게 주체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지니에게 많은 걸 의존하고 자문을 구한다.

알라딘이 하인인 지니에게 많은 걸 의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알라딘이 자스민과 궁정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춤을 추는 주체는 알라딘이다. 하지만 알라딘은 스스로가 춤을 추는 게 아니다. 지니의 손장단에 맞춰 알라딘이 춤을 추는 것이기에 춤을 추게 만드는 주체는 알라딘 스스로가 아니라 지니다.

영화 <알라딘>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를 헤겔의 철학으로 보면 알라딘과 지니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으로 볼 수 있다. 지니의 주인은 엄연히 알라딘이다. 하지만 알라딘은 지니가 아니면 자스민에게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 궁정의 격식에 맞춰 춤추는 방법을 모른다. 주인이 하인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기대는 알라딘과 지니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실사 영화는 1992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과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운명을 타고 났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공주와 좀도둑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에 방점이 맞춰진 것에 비해, 이번 실사 영화에선 일부 변주가 시도됐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자스민을 결혼에만 만족하지 않는 주체적 존재로 묘사했단 점이다.

자스민은 미래 남편의 재력이나 국력에 만족하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이다. 자스민 스스로가 술탄을 꿈꾸는 여성이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그 옛날에 여성 술탄을 희망한다는 영화 속 설정은, 할리우드 기준으로 이슬람을 재단하고픈 ‘오리엔탈리즘’으로 볼 수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관객은 즐겁게 볼 수 있지만, 원작을 접한 관객에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영화가 ‘알라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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