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며 그의 이름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면서 ‘그 사람’으로만 호칭하는 거대한 악, 볼드모트의 이름을 거침없이 말하는 덤블도어와 해리포터의 태도이죠. 언급되어서는 안 되는 이름이라며 쉬쉬하는 다른 이들의 반응 앞에서 그런 소극적이고 두려워하는 자세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두려움과 만든다며 거침없이 이름을 말하는 작은 용기이죠. 정면으로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의혹과 공포를 사라지게 하는 올바른 자세거든요.

엉뚱한 말 같나요? 말도 많고 관심도 많았던 문제.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한 박진영의 입에서 과연 2PM의 전 리더 박재범의 탈퇴와 관련된 말이 나올 것인가를 두고 벌어졌던 일련의 해프닝들과 방송 결과물을 보고 난 뒤에 제 머리 속에 떠올랐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역시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는 받아 넘김이었습니다. 언급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전혀 박재범에게나 2PM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 박진영과 JYP 역시도 계속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해요.

애초에 시작 자체가 잘못되었던 문제란 겁니다. 사항이 폭발적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면 애초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과오인 것처럼 냉정하게 정리해버렸고, 다른 한쪽의 기획사에서는 별상관없다면서 박재범의 재기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2PM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구요. 그러니 툭하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떤 잘못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의구심과 궁금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이 문제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는, 모두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지가 건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승승장구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공식 석상에서도 빠지기 힘든 요구라는 것이죠. 마치 배려를 하는 것처럼, 피하고 싶은 문제인 것처럼 대답하지만 이런 의도적인 외면이나 회피는 박재범에게도 2PM에게도, 그리고 JYP와 박재범의 새로운 소속사 싸이더스에게도 부담감만을 점점 더 쌓이게 만드는 문제에요.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것을 외면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란 없어요.

실제로 2010년 올 한해 2PM의 성과는 작년 하트비트의 정점을 찍은 신인그룹 답지 않은 하양세의 연속이었습니다. 의욕적으로 재기를 선언한 박재범의 행보 역시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죠. 그 와중에 서로를 견제하고 신경을 쓰면서 양측의 감정만 점점 더 안 좋아졌고 어느 쪽이 출연을 방해했느니, 실제로는 이런 일이 있었다느니 하는 이상한 루머와 뒷소문들만이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습니다. 서로 발목을 붙잡고 있는 지금의 형국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지부진한 외면과 회피가 아닌 사실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해명. 바로 진실이에요.

단지 사실 여부만을 명쾌하게 밝히면 끝날 일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상처받을 것이고, 사안이 중대하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어마어마하고 치명적인 사실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는 이미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런 문제아가 활동하도록 그냥 두는 JYP의 침묵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의혹과 의심, 오해의 짐을 덜어주고 홀가분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2PM에게나 박재범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말만 하지 않고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말할 기회가 오겠지 하면서 상대방에게 공만을 미루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이런 떠넘기기, 모른척하기 속에서 이들을 아끼던 팬들의 마음은 어느 한편을 응원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이 점점 더 지치고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겁쟁이 마법사들처럼, 승승장구에서 박재범에 대해 말하기 꺼려하던 박진영은 딱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회피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체 그 상처를 점점 더 곪게 만들 뿐이에요. 그야말로 박재범이나 2PM이나 그 상처를 떠안기며 서서히 말려 죽이는 태도. 비겁하고 실망스럽고 아쉬운, 그리고 팬들에게는 또 다시 잔인한 기다림과 편들기를 강요한 방송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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