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발달에 따라 방송-통신이 융합현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고 산업경계도 허물어지고 있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통합기구 설립에 관한 논의가 지난 10여년간 무성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할 의도를 드러내 매듭을 짓지 못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구를 대통령 밑에 두려고 해 반발이 드세다. 방송-통신을 장악할 의도라는 것이다. 언론단체들은 물론이고 야권도 가세하고 있다.

▲ 한겨레 1월23일자 25면.
새로 태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 통신의 공익성을 살리는 데 주안점이 주어져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은 정치권력의 종속화를 의미한다. 정치권력의 통제-간섭을 배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KBS, MBC에 대한 끊임없는 정치공세에도 방송을 길들이려는 속내가 숨어있다. 아직도 정보의 유통경로를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쟁취한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꿈을 버려야 한다.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정보의 유통경로가 다기화되어 지상파 방송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고 있다. 시민사회가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아 언론통제는 오히려 역풍을 부른다.

현행 방송법은 1999년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다. 정치권력의 압력을 막아내는 방패막이로 방송위원회를 독립위원회로 만든 것이다. 방송위가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이것은 제도가 아닌 운영에서 비롯됐다. 정치권이 정파적 위원들을 추천해 방송위가 정쟁의 대리전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통합기구는 방송법의 제정취지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통신의 효용성-공익성을 살리는 쪽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정통부와 방송위가 가진 산업-진흥기능을 관련부처에 이관해 버리면 된다. 그리고 모든 정책-규제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일원화해야 한다. 인사권-예산권의 독립도 중요하다.

위원회는 국회가 정당의석을 감안하여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합의제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계제(序階制)와 독임제(獨任制)를 배척해야 한다. 상임위원의 독주를 견제하고 전문성-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비상임위원을 둘 필요가 있다. 또 위원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사무국은 위원장 산하가 아닌 위원회 밑에 두어야 한다. 이것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는 보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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