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리얼미터 5월 3주차 주중집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가 13.1%p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주차 주중집계에서는 오차범위 내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며 리얼미터 때리기에 나섰다.

한국당·보수언론, '리얼미터 때리기'

16일 한국당은 김정재 대변인 논평에서 "집권당 대표 말 한 마디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뒤바뀌는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2주차 조사에 대해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하자, 리얼미터 5월 3주차 주중집계에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의혹제기다.

한국당은 "결국 리얼미터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발표했다"며 "불과 3일 만에 이 대표가 지적한 '이상한 여론조사'가 '더 이상한 여론조사'로 뒤바뀌고 만 것"이라고 했다.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17일 보수언론은 한국당의 의혹제기를 거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여당 대표 주문 따라 출렁이는 여론조사인가> 사설에서 "한 여론조사가 시중의 화제"라며 "이 조사 회사 측은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정당 지지율이 급변할 사안은 없었다. 이런 변화 폭은 이례적이다'라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미 정치 여론조사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선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퍼져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가 대세가 되면서 정확한 인구 표본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거기에다 정권 눈치까지 본다면 여론을 조작하는 범죄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어떤 곡절이 있는지, 있다면 내막은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민주·한국당 지지율 격차 13%P…표본집단 53%가 문 대통령 찍은 사람> 기사를 게재했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5월 3주차 주중집계 표본 중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이 많았다는 취지의 기사다.

중앙일보는 리얼미터 5월 3주차 주중집계 표본에 대해 "지난 대선때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4247만9710명으로부터 1342만3800표(31.6%)를 얻었다"며 "이를 이번 조사에 대입하면 조사대상 1052명 중 문 대통령 투표자는 475명이지만, 리얼미터 조사에선 800명이 나왔다"고 전했다.

응답자 중 문 대통령 투표자 많아 격차 벌어졌다?

한국당과 조선일보는 차치하더라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중앙일보 보도의 경우, 비교 대상이 없어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일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조사 대상자가 많아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그런데 격차가 벌어진 5월 3주차 주중집계의 로데이터 일부를 근거로 삼으면서도, 비교 대상인 5월 2주차 주중집계 로데이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17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리얼미터는 매주 정치 여론조사를 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참고용으로 함께 조사한다. 중앙일보는 이를 해당 기사에서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5월 3주차 주중집계에서 전체응답자 1502명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800명(53.3%), 홍준표 전 대표 195명(13.0%), 안철수 전 대표 175명(11.7%), 유승민 전 대표 84명(5.6%), 심상정 전 대표 63명(4.2%)였다.

또한 미디어스 취재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1.6%p로 오차범위 내에 들어왔다는 5월 2주차 주중집계와 5월 3주차 주중집계의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자 구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5월 2주차 주중집계에서 전체 응답자 1008명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507명(50.3%), 홍준표 전 대표 168명(16.7%), 안철수 전 대표 114명(11.3%), 유승민 전 대표 53명(5.3%), 심상정 전 대표 45명(4.5%)였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5월 3주차 주중집계 로데이터를 갖고 기사를 쓸 것이었으면 5월 2주차 로데이터도 함께 반영해 기사를 작성했어야 한다"며 "마치 여론조사기관에서 의도적으로 했다는 식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많이 응답하고, 홍준표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응답자 수가 적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이 조사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리얼미터의 2015년 10월 2주차 주간집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 2755명 중 1678명으로 60.9%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799명으로 29.0%에 그쳤다. 2015년 12월 5주차 주간집계 응답자 2135명 중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응답자는 1259명으로 58.9%,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응답자는 690명으로 32.3%였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51.55%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고, 문재인 후보는 48.02%의 지지를 받아 낙선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 지지층의 여론이 실제보다 과대 반영됐다고 했다. 하지만 과대 대표화는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대통령에 대해 지지하는 층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연히 로데이터에 반영되는 것인데 이걸 편파적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라는 건 추이를 봐야지, 단적으로 잘라서 수치만을 봐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때그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여론의 대응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리얼미터 5월 3주차 주중집계는 tbs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5%p다. 5월 2주차 주중집계는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유(20%)·무선(80%) ARS조사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6%,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안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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