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며 2010년을 정의할 수 있는 명품 예능의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다른 예능들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무도의 예능 교과서적인 무한진화는 현실 풍자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자비한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와 남과 북의 대치, 무도에 대한 비난까지 모든 것을 담아낸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전설이었습니다.
풍자의 모든 것을 담아낸 나비효과
나비효과라는 표현은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할 정도로 지구 반대편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커다란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이 전염은 요즘처럼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시대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지요.
북극과 몰디브로 가는 그들이 인천공항이 아닌 서울 공항을 찾은 것은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떠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였지요. 그렇게 시작된 풍자극은 비행기라 묘사된 차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흰 토끼를 쫓아 구멍 속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실제 스튜어디스가 안내하는 차를 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그들은 집단 앨리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공터 안에 지어진 북극과 몰디브 방은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었습니다. 북극은 얼음으로 모든 것들이 만들어져 북극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침대부터 의자, 탁자, 젓가락까지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그 곳에 들어선 이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지요.
몰디브는 차가운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이 진짜 열대 지방에라도 온 것처럼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밖에 있는 야자수들이 아쉽기는 했지만 따뜻한 몰디브 방에 들어선 그들은 마치 휴가라도 온 것처럼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즐기던 몰디브 역시 편안함이 곧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여유롭게 게임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동안 에어컨의 뜨거운 바람은 탄소가 되어 지구를 덥히고 있었고 지구 온난화는 결코 녹을 것 같지 않은 북극의 천년 얼음들을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얼음은 자연스럽게 몰디브에 연결된 밸브를 통해 그대로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북극에서 녹은 물이 몰디브 방으로 흘러 환경 파괴는 곧 공멸일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습니다.
홀로 남겨진 길은 '스타 다큐'를 찍는다는 피디의 말에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주소지로 표기된 주소를 통해 어렵게 찾아 들어서는 순간 북극과 몰디브에 놀러간 그들은 '나비효과'라는 영화(실은 길의 스타 다큐를 보는 것)를 시청하게 됩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길의 일상을 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길의 일상 행동 속에 드러난 에너지 낭비는 곧 자신들에게 즉각적인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게 됩니다. 길이 실수를 하면 할수록 북극의 얼음을 빠른 속도로 녹고, 그 녹은 차가운 물은 몰디브를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환경 교육보다 효과적으로 환경 보호의 책임을 실감하게 만드는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우리에게 환경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잔인할 정도로 명쾌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탈출할 방법도 탈출해도 살아날 가능성도 없는 공간에서 서로 환경을 보호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의 눈물은 우리 모두를 집어 삼킬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남북 관계마저 날카롭게 지적한 상황극은 무한도전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서로의 오해로 빚어진 상황은 극단적인 논쟁을 가져오고 그런 독설들은 결과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을 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서로의 잘못만 지적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던 그들이 '전쟁불사'를 외치며 전면전을 선포하는 모습은 우리의 무서운 현실이었습니다. 서로를 미워하기만 할뿐 문제의 핵심에 다가갈 그 어떤 방법도 찾지 않는다면 말이 씨가 되어 모두가 죽는 길을 걸을 뿐이라는 것을 잔인하게 보여주는 무도는 무서울 정도로 현실 풍자에 능했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의견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는 상황은 남과 북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부통령에서 환경 지킴이로 이름을 높였던 엘 고어마저 탄소 배출권 장사를 하는 마당에 진정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며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미국이 탄소 배출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상황은 아이러니할 뿐이지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미국이 열폭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풍자하는 자막의 힘. 이런 환경오염을 실천으로 막아내고자 하는 '에코백' 캠페인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 전액을 환경오염으로 생긴 아토피 환자(불우이웃 중) 치료비로 사용한다는 무도의 마음과 감각은 역시 최고입니다.
거시적인 움직임이 효과적으로 다가오기 힘든 상황에서, 지구를 지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은 길이 보여주었던, 일상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가까운 거리를 걷고 그게 힘들면 버스를 타고,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물 소비나 일상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릴 수 있음을 무도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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