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는데요.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타고, 주요 해외영화제에서 초청받는 등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마스터로 통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현재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1996년 영화 악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두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로 이름을 날린 감독입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그렇게 인정을 받고 유명한 감독이었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이유로 지나친 폭력과 강간, 창녀 모티브로 일관한다며 비판을 많이 받았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특히 2003년 발표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경우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면서 역시 김기덕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비록 국내에서 흥행이란 측면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성 만큼은 해외의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났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밑에서 연출을 배우고 함께 했던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 현재 '풍산개'를 촬영 중에 있는 전재홍 감독 등이 바로 김기덕 사단이라고 불리우며, 2010년 영화계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 특히 장훈 감독의 경우 '영화는 영화다'로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대종상 시나리오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올해 초 '의형제'로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제 3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장훈 감독은 '의형제'로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을 타면서 "상 받으러 오면서 김기덕 감독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김기덕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장훈 감독은 그렇게 '영화는 영화다'로 주목을 받고, 올해 초 '의형제'로 5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 대열에 들어서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15편 영화 관객수보다 많은 관객을 '의형제' 한편의 영화로 동원함으로써, 치밀한 작가주의 김기덕 감독에 비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스승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극복했다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주로 저예산 영화를 찍었던 김기덕 감독과는 달리 블록버스터급으로, 한국전쟁 당시 고지 탈환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를 그린 '고지전'을 촬영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 사이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요. 김기덕 감독은 매년 1-2편의 영화를 계속 발표해 오다가 2008년 '비몽'을 끝으로 소식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현재 김기덕 감독은 지난 2년간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김기덕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의 제작과 시나리오를 맡으면서, 제자 장훈 감독을 연출로 데뷔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는 6억 5천만원의 제작비로 전국 관객 130만명을 동원하면서, 35억원의 수익금을 내지만 배급사인 스튜디오 2.0의 대표가 이를 가지고 잠수를 탔다고 하는데요. 결국 이 문제는 법원까지 가면서 김기덕 감독이 승소를 하지만, 이후에는 영화상영관과의 문제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또한 장훈 감독이 흥행에 성공한 '의형제'는 원래 김기덕 감독과 배급사인 쇼박스 사이에서 마찰이 있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장훈감독과 송명철 PD는 김기덕 감독 밑에서 나와 '루비콘픽쳐스'를 설립하고 직접 계약하면서, 장원석 대표의 다세포클럽, 쇼박스와 공동제작으로 '의형제'를 만든 거라고 하는데요.

아무튼 그렇게 김기덕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를 통해 배급사와 제자, 아끼던 PD에게 번갈아 배신을 당하며, 현재는 대인기피증과 스트레스로 머리까지 새하얗게 변해버릴 정도로 기력이 쇠한 상태라고 하는데요. 가까운 지인들이 찾아가도 만나려 하지 않고 있어, 혹시나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장훈 감독은 '의형제'의 수상소감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뿐인데요. 서울대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훈 감독은 졸업 후 먼저 김기덕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 연출부에 합류할 만큼 의욕적이고 김기덕 감독을 잘 따랐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송명철 PD 역시 그동안 김기독 감독의 곁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면서, 김기덕 감독이 아끼고 신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장훈 감독과 송명철 PD가 배신을 하고 떠나자, 김기덕 감독은 회의감을 느끼며 영화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외에서는 알아주지만 국내에서는 항상 작품성에 비해 항상 저평가를 받고 흥행에 실패하면서 고생만 해온 김기덕 감독이기에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그동안 알게모르게 영화판에서는 시나리오 유출 및 감독과 PD간의 배신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루머는 있어왔는데요. 하지만 이런 일을 김기덕 감독까지 겪었을 줄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배신과 이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이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PS> 정정합니다. 루비콘픽쳐스 대표는 송명철 PD입니다. 장원석 PD의 경우 다세포클럽 대표로 루비콘픽쳐스와 함께 의형제를 공동제작했습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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