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정복'을 넘어 '세계 정상'도 꿈꿨던 성남 일화의 도전이 결국 '아름다운 4위'로 막을 내렸습니다. 2010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성남 일화가 결국 유럽 챔피언 인터밀란(이탈리아)과 남미 챔피언 SC 인터나시오날(브라질)에 연달아 패하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클럽월드컵 4위에 오른 성남은 올해 국제 대회를 통해 모두 약 49억 원을 획득하는 '짭짤한 소득'을 올렸고, '성남 일화'라는 클럽 이름을 아시아 대표 구단으로 각인시키는 '무형적인 소득'도 챙겨 그 어느 해보다 기억에 남을 한 해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록 유럽, 남미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한국 클럽 축구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개인기 뿐 아니라 경험적인 측면에서 유럽, 남미 선수들에 뒤지기는 했지만 이런 큰 무대를 통해 선수들이나 팀 전체적으로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던 것도 값졌습니다. 신태용 성남 감독 역시 "지금까지 최고의 클럽들을 만나 잘 싸워 줬다. 선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에 만족한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활약상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나은 팀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 성남일화가 19일'클럽월드컵 UAE 2010' 3-4위 결정전에서 남미 클럽 챔피언 브라질의 인터나시오날과 경기를 펼쳤다 ⓒ연합뉴스
올 한 해, 성남은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맛봤습니다. 리그에서는 지난해 준우승의 한을 풀어내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3위까지 주어지는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 획득에도 아쉽게 실패(최종 4위)해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FA컵, 컵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성남은 국내 대회만 놓고 보면 여러 가지로 아쉬움에 남는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성남은 달랐습니다. 이번에 출전한 네 팀 중에 가장 전력이 처진다는 평가를 뒤집고 오히려 가장 탄탄한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팀워크로 똘똘 뭉쳐 잠재된 실력까지 모두 보여줬고, 외국인 선수들은 '든든한 자원'으로서 제 몫을 제대로 해내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젊은 신태용 감독의 변화무쌍하고 창의적인 지도력과 전술도 토너먼트 경기마다 큰 힘을 발휘하면서 연승 행진에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결국 중동 팀을 잇달아 꺾고 그토록 바라던 아시아 정상에 마침내 올라서며 'K-리그 명문 구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태용 감독 체제가 2년째에 접어들면서 선수 구성에 큰 변동 없이 '안정감 있는 팀'을 추구해나갔던 성남은 결과적으로는 '더 큰 토끼'를 잡는 데는 성공하며 2010 시즌을 마쳤습니다. 변변한 스타 선수 없이 한 시즌을 힘겹게 보낸 가운데서도 큰 잡음 없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아시아 정상 정복을 이룬 것을 보면 K-리그 다른 중소 규모 클럽들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입니다. 그만큼 K-리그 팀들이 경기력 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느 팀이 나서도 아시아 정상권에 올라설 수 있을 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은 K-리그 전체 팀들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긍정적인 교훈을 주며 내년, 내후년에 '성남 효과'가 모든 팀들에 잘 전파되기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성남은 올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최성국이 본격적으로 팀 전력 향상에 보탬이 되고, 겨울에 전력 보강에 조금 더 힘을 쓴다면 내년 시즌에는 국내 대회에서도 'K-리그 3연패 2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팀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느 해보다 값지고 소중한 한 시즌을 보낸 성남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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