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웃음만이 아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이번 나비효과 녹색특집은 감동이라는 말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탈북 소녀복서 이야기나 프로 레슬링 등에서 보여줬던 폭풍 같은 감동은 없더라도 지구온난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위기에 대해서 이토록 쉽고도 정확하게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에는 감동을 넘어선 공감과 반성을 갖게 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예능인 무한도전이 환경문제를 딱딱하게 다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칫 잘못 희화시켜 의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다행히 무도의 나비효과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쏟아질 비난은 보지 않아도 동영상이다. 특집 후반부에 “수영보다는 걷고 싶다”는 자막과 함께 작은 얼음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도 그저 그랬던 사람일지라도 유재석, 노홍철, 하하가 몰디브 호텔에서 울부짖는 것을 보고는 분명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만드는 것, 보는 것 역시 탄소를 발생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탄소 방출을 감소하고도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 캠페인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더 많은 탄소방출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이 말을 굳이 하는 것은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방송에 대해서 방송 그 자체가 탄소 방출이라는 일차원적 비난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일상 속에서 줄일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하자는 의미인 것이다.

양치질하면서 수돗물을 잠근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구 인류 전부가 그렇게 수치화할 수 없는 작은 실천을 통해서 북극도 지키고 몰디브로 여전히 아름다운 섬으로 지킬 수 있는 희망과 목표를 갖자는 의미일 것이다. 불난 집에 불구경하는 것보다 모래라도 한줌 뿌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 작은 한 줌이 천 사람, 만 사람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속담에 모기도 천이 모이면 천둥소리를 낸다고 했다.

무한도전이 길의 스타 다큐를 빙자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반환경적 행동들을 완곡하게 지적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편은 환경문제를 재밌고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어 각급 학교나 단체의 환경 교육을 위한 동영상으로 보급되면 아주 큰 효과를 볼 것이다. 이런 것은 환경부가 앞장 서 무한도전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슨 거대 캠페인이라고 어깨에 띠 두르고 연예인들을 길거리에서 고생시켜서 얻는 효과와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나비효과 편을 보면서 그 탁월한 구성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엔 천재 아닌 사람이 없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나비효과라는 대단히 어려운 개념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그 방면 전문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만이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진정한 고수의 내공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한도전은 언젠가 김태호PD가 늙어 죽을 때까지 해먹자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아직도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많은 환경론자들이 경고와 위협의 어법으로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접근했던 것보다 무한도전의 의뭉스러운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면 조금 지나칠까? 환경지킴이들의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시대가 그렇다.

엄한 꾸지람보다는 따뜻하고 유머감각도 지닌 가벼운 충고가 귀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유재석 표정 딱 그대로인 나비효과의 충고라면 시청자도 기꺼이 환경지킴이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김포공항에서 승합차에 비행기 승무원이 동승했었는데, 그건 미녀효과를 위한 것일까? 아무튼 이유는 알쏭달쏭하지만 남자들만 보다가 미녀를 눈정화를 시켜준 기특(?)한 서비스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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