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은 시작하자마자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처음부터 예고됐던 이 드라마의 야심찬 기획, 즉 두 주인공의 영혼 교체가 시작되자 열기가 약해졌다. 영혼이 제자리를 찾자 열풍은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알면 <시크릿가든>이 열풍을 일으킨 이유도 알 수 있게 된다.

<시크릿가든>의 매력은 김주원의 김주원다움과 길라임의 길라임다움이 만났을 때 발생한다. 도도하고 까칠한 재벌남 김주원이 하찮은 스턴트우먼에게 빠져들면서 느끼는 혼란, 연민, 동경. 그리고, 자부심 많은 길라임에게 자꾸 자신의 처지를 상기시키는 김주원이 가까이 오면서 그녀가 느끼는 상처, 아픔. 이런 것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설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둘의 영혼이 바뀐 다음부터는 김주원의 김주원다움과 길라임의 길라임다움이 모두 깨졌다. 하지원이 연기한 김주원은 그냥 쩍벌남 총각이었고, 현빈이 연기한 길라임은 그냥 순진한 처녀였다.

전혀 새로운 김주원, 길라임이 탄생한 것이다. 이 새로운 캐릭터들이 보여준 건 주로 코미디였다. 남녀의 영혼이 바뀐 데에서 잇따르는 각종 해프닝이 나열된 것이다. 그렇게 잔재미가 이어지자 어느 정도 웃기기는 했지만, ‘아픔’의 정서가 사라졌고 설렘도 사라졌다.

이것은 <시크릿가든>의 핵심이 사라진 것과 같았다. 그래서 영혼이 바뀐 <시크릿가든> 코미디 버전이 시작된 후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것이다.

바로 이것으로 <시크릿가든> 열풍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드라마엔 아픔이 있다. 단지 유쾌하고, 화사하고, 감각적이고, 달달한 수많은 트렌디 드라마와 <시크릿가든>을 구분 짓는 코드가 이것이었다.

그런 코드를 표현하는 데에 하지원은 정말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기만 해도 아픔이 느껴지는 배우가 누가 또 있을까? 하지원은 <다모>에서 천한 신분으로 종사관의 사랑을 받는 역할을 맡았었다. 또 역적의 수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기도 했다. 모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하지원이 종사관과 역적을 바라봤던 그 처연한 눈빛. 그것이 <다모>의 아픈 정서를 형성케 한 핵심이었다.

<시크릿가든>은 하지원과 재벌 ‘까도남’을 배치하고, 하지원에게 비극적인 인어공주의 성격을 부여함으로서 <다모>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그 눈빛을 재연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시크릿가든 앓이’가 탄생했던 것이다.

<시크릿가든>은 기본적으로 밝다. 화사하다. 그래서 유쾌하고 재밌다. 여기까지만이라면 일반적인 인기 드라마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주원이 자꾸 길라임에게 현실의 먼 거리를 상기시킨다. 나는 네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이라고. 그때 하지원이 보여주는 눈빛. 그리고 흐르는 백지영의 노래. 이것이 ‘아픔’의 임팩트를 형성한다.

가장 최근에 방영됐던 <시크릿가든> 10회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회에서는 김주원이 레게머리(?)를 한 병졸로 나온다든가, 길라임이 김주원 어머니가 뿌린 물을 여유 있게 피한 다음 다시 가자고 한다든가 하는 코미디 설정이 이어졌었다. 그러면서 길라임이 김주원에게 ‘니가 뭔데 우리 일을 평가해? 니까짓게 뭔데?’라며 자부심을 나타낼 때 그녀를 보는 김주원의 표정을 통해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김주원이 차가운 얼굴로 ‘나는 그냥 잠깐이다, 결혼할 생각도 없다’는 말을 하게 해, 그의 어머니 앞에서 길라임을 무참하게 만들었다. 길라임은 처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백지영의 노래가 흐르며 한 회가 끝났다. 실컷 웃기고 설레게 만들어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이러면 시청자는 빨려들 수밖에 없다. 코미디, 로맨스 그리고 아픔이 적절하게 조화됐을 때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증명한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다. 특히 아픔 중에서도 신분차, 혹은 계급차에 기반한 아픔은 격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크릿가든>엔 바로 그것이 있는 것인데, 하지원의 눈빛은 그 정서를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흐르는 현빈의 멋진 모습과 함께, 간간이 방점을 찍는 하지원의 눈빛이 <시크릿가든>의 마성을 형성하는 핵심인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