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의 이야기로 마무리된 <자백>은 분명 좋은 드라마다. 작가의 데뷔 작품이라기엔 놀라운 완성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작품은 존재할 수 없듯, 이 드라마에도 아쉬움은 많다. 캐릭터에 공평하게 그 가치를 분배하려 노력했지만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자백>은 영특하게도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현실에서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방산비리를 정리하듯 마무리해버렸다면 이 드라마의 완성도는 급격하게 떨어졌을지 모른다. 추명근이 마지막일 수 없는 거대한 방산비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특검으로 연결되며 완료한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숨겨진 녹음기와 황 비서 휴대폰 녹음 파일은 추명근 구속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전직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거액의 비자금을 모았던 추명근의 말로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요정에 숨겨진 녹음기는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제의 사건이 벌어진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녹음기는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박시강이 비리에 맞서는 차 중령에게 총을 쐈다. 망나니지만 대통령의 조카라는 이유로 누구도 제어하지 못한 박시강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tvN 토일 드라마 <자백>

차 중령은 하지만 사망하지는 않았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면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추명근의 선택은 달랐다. 쓰러져 있는 차 중령에게 총을 쏜 추명근은 함께 있던 오택진에게도 동참을 요구했다.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말로 그들은 공범이 되었다.

당시 상황이 모두 드러난 증거가 존재함에도 그들의 범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부당하게 취득된 증거는 증거로서 효력을 다할 수 없다. 이를 앞세워 그들은 뻔뻔하게 법정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그들을 놔줄 수는 없었다. 춘호는 황 비서를 통해 추명근을 잡아들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잡아냈다.

봉인돼 있었던 결정적 증거. 10년 전 차 중령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김선희에게 살인을 교사한 자는 바로 추명근이었다. 김선희가 추명근의 사무실을 찾아 돈을 요구했다. 김선희가 자신이 쏜 두 번째 총격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안 그가 선택한 것은 제거였다.

자기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우습게 아는 이들에게 살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추명근에 이어 박시강까지 구속되며 모든 것은 끝나는 듯했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방산비리는 한두 명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가 아니다.

수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국가 주요 사업에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권력을 이용했다. 추명근과 박시강만이 아니라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과 군 장성들이 연루된 거대한 사건이었다.

tvN 토일 드라마 <자백>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검경을 막아서며 더는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기에 여념이 없다. 검경 출신 국회의원들도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권력을 남용한다.

그런 자들을 잡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특검 외에는 없다. 특검팀에 도현과 춘호가 파견되며 그들의 진실 추적은 이어질 것이다. 드라마 <자백>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억울하게 사형수가 된 도현의 아버지는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진 여사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진범을 잡았다. 그리고 아들의 심장은 가장 믿을만한 도현이 품고 살아가고 있다. 유리는 이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진짜 기자가 되려 한다.

이준호와 유재명의 호흡은 좋았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그들의 브로맨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준호가 더는 아이돌이 아닌 진짜 배우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도 반갑게 다가온다. 젊은 배우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준호라는 배우의 능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은 즐겁다.

현실에서 방산비리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추명근과 박시강, 오택진 같은 자들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백>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방산비리 수사를 요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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