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하얀거탑>으로 알려진 이기원이 트위터를 통해 노골적으로 새롭게 시작한 <아테나:전쟁의 여신>을 비판하고 나섰네요. 황미나 자매가 <시크릿 가든>과 몇몇 드라마에 표절 논란을 제기한 것과 비교될 수 있는 이번 논란이 욕먹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비난이 아닌 정당한 비판이 중요한 것
트위터가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아님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논란이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그저 개인적인 생각을 적었는데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아쉽게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의 국내판 <하얀거탑>은 일본 원작과 비교해 드라마의 구성이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새로운 창작이 아닌 번역 수준의 정리였다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은 김명민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탄생을 알렸고, 이를 통해 연기의 신으로 등극한 김명민이 아니었다면 결코 많은 이들에게 이토록 높은 지지를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올 해 그가 내놓은 <제중원>은 시작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드라마의 재미가 뛰어났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기독교 찬양이라는 평가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일 양국을 이용한 알렌을 대단한 영웅으로 미화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봐달라고 하기에는, 근대사에서 담아내야 할 역사의식을 망각한 채 파렴치한 알렌을 구국의 영웅쯤으로 그려낸 그에게 비난이 쏟아졌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런 그가 의도적으로 '아테나'를 비난하기 위해 본방송은 보지 않았고 1,000원 결제를 앞세우며 돈 값도 못한다고 비하한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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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떨어진 이유는 2부의 내용이 아니라 1부에서 아쉬움을 느낀 이들이 보지 않았다고 표현해야 맞겠지요. 2부 시청자들의 판단은 3부의 시청률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임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2부가 엉망이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진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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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드라마 작가로서 느끼는 한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드라마의 미래를 진단하는 부분에서는 그의 진단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청소년들이 게임만 원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만 하던 이들이 성장해서도 청소년 때와 동일하게 게임만 하고 살 것이라는 일반화는 심각한 수준의 오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드라마는 늙은이들만이 보게 될 것이고 그들이 사망하는 시점이 되면 드라마는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게임만 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말인가요? 참 황당한 진단이 아닐 수 없네요.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컨텐츠는 일정 수준의 경쟁을 하며 자리를 지키거나 확장하고 변화하는 상황들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TV가 처음 등장하며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했지만 영화는 이제 3D 등 다양한 형식의 변화와 사라지지 않는 영화만의 매력으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그 문화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볼 수 있지만, 모든 이들이 게임만 하게 될 것이고 게임과 동일시하는 사회에서 드라마가 막장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진단은 참 민망할 정도입니다.
본의 아니게 작가들이 작가들을 비난하는 시대가 되어서 이것도 한 때려니 생각은 들지만, 자신들만이 옳고 바른 창작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다른 작가에 대한 비난보다는 대중이 드라마의 재미,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겠지요. 비난이 아닌 건강한 비판이라면 그 대상에게 약이 되겠지만 작가라는 이름의 일반인 수준도 안 되는 비난은 욕만 양산해 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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