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대1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1대1'을 주장했던 것과 유사하다.

12일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 제안에 대해 "회담을 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지켜내기 위한 내용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진정한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1대1 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1대1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청와대는 1대1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황교안 대표 측으로부터 '1대1 회담' 방식을 취하자는 제안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전달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청와대는 5당 대표가 모두 모이는 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도 지금 한국당과 1대1 회담을 하기는 어렵다"며 "5당 대표 회담이 성사되도록 황 대표 측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당 대표가 일단 회담한 뒤에 그럼에도 한국당에서 1대1 회담을 요구하면 그때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황교안 대표의 1대1 회담 주장은 과거 홍준표 전 대표의 행보와 유사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7월과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 '독상 받겠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일었다. 결국 홍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 20분간 단독 회담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대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11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대1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했고,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가 대접받는 것은 청와대나 대통령으로부터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의 1대 1 제의는 기회를 발로 걷어차는 것이며, 정치를 하지 않겠나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다른 정당과 함께가 아닌 단독으로 만나겠다는 것은 땡깡 정치이자 정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대통령 입장에서 제1야당 대표와 1대1 회담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지금 한국당의 투쟁이 과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1대1로 만나야 할 만큼의 수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과거 사례처럼 원내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를 따로 불러 회담을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에 대해 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원내교섭단체인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만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4석 야당을 정말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맞느냐"며 "청와대가 6석 가진 정당이나 114석 가진 정당이나 똑같이 취급하면서 구색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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