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정준영에 이어 최종훈과 유명 걸그룹 멤버 친오빠인 권모 씨가 구속되었다. 세 명이 구속되었지만 이 사건이 완료되었다고 누구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자신이 피해를 입은 줄도 모르고 당한 피해자들이 있고, 두려움에 고소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준영 단톡방 사건은 중요하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게 자리한 잘못된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성감수성에 대한 언급이 커지고 있다. 개혁 수준으로 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금씩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은 충분히 감지된다. 보수적인 사법기관에서도 성감수성을 언급하며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희롱과 성범죄가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것들이 범죄가 되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 깨닫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최종훈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준영과 최종훈은 한때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돌 스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사랑을 범죄로 되갚았다. 이들의 일탈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접근하기 편했고 범죄를 저지르기 용이했을 뿐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그들은 여성들을 유인하고 약을 먹인 후 못된 짓을 반복적으로 저질러왔다. 함께 범죄 집단이 되어 죄의식도 없이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해왔다. 만약 문제의 단톡방 메시지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지금도 그런 범죄를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지위를 악용하고 약물을 이용해 상대를 무력화한 후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전 모의가 있었던 계획범죄다. 계획을 세우고 약까지 준비한 그들은 기억을 잃은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단톡방에서 이를 다시 얘기하며 히히덕거리기도 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죄 집단들이었다.

정준영은 5월 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싶다는 말도 했다. 어떻게든 실형은 면해보겠다는 의지다. 합의를 언급하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자신의 안위였다.

이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게 된다면 유사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일선 대학 남학생들의 단톡방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여성을 품평하거나 성적으로 모욕하는 일이 일상처럼 된 자들도 많다. 실제 성범죄를 모의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실제 대학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울 정도다. 그들 스스로 그게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었다면 이번 정준영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

연예인들 사건은 매일 화제가 되고 논란의 중심에 서지만, 정작 중요한 사건들은 묻히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교대생들의 성희롱 사건도 그렇다. 학생들의 대면식에서 남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모여 여학우에 대한 품평회를 개최해왔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한 자들이 행한 범죄다. 그것도 전통이라며 지켜왔다는 이들의 행태를 보면 유사 범죄가 일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자들이 현직 교사이고, 앞으로 교사가 되겠다고 하는 자들이다.

10일 서울교대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문제의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기·무기정학이나 퇴학 등 중징계가 아닌 경고·근신 등 경징계일 경우 일선 초등학교로 교육실습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인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대자보 [광주교대 SNS 커뮤니티 캡처]

광주교대에서는 여학생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으려다 들킨 남학생도 있었다. 해당 학과 학생 16명과 지도교수 1명이 떠난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2일 벌어진 일로 현장에서 범인은 잡혔다. 광주교대 학생들은 몰카범에 대해 퇴학과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교단에 서면 안 된다는 분명한 외침이다. 다른 직업군도 아닌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자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희롱과 성범죄를 저질러왔다면 당연하게도 그들이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과연 그런 자들에게서 어떻게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는 중요한 변화기를 겪고 있다. 촛불 혁명을 통해 부패한 권력을 무너트린 국민들은 보다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게 '미투 운동'은 시작되었고,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냈다. 더디게 변하겠지만 그렇게 세상은 바뀐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점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은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해준다. 정준영 범죄 집단 사건이 바로 그 변곡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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