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선 올해 <수상한 삼형제>나 <제빵왕 김탁구> 등이 막강한 시청률을 자랑했다. <신데렐라 언니>도 상당히 화제를 모았었다. <성균관 스캔들>도 열성적인 팬들을 자랑했다. 특히 <성균관 스캔들>의 경우는 한 매체에서 올해의 드라마로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었다.

하지만 <추노>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어 보인다. <추노>는 단지 재미있는 드라마 그 이상이었다. <추노>가 보여준 박진감은 ‘미드’를 방불케 하는 것으로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즉, 오락성의 차원에서 봤을 때 <추노>는 한국 드라마로서는 최고 수준의 깔끔한 재미를 선사해줬던 것이다. 물론 맹렬하게 육박해오는 남성 캐릭터들에 비해 단지 볼거리 수준으로 배치된 여성 캐릭터들이 옥의 티이긴 했다. 그 때문에 이다해는 <추노> 최악의 피해자가 됐다. 작품이 그렇게 설정을 한 것이었는데 시청자들은 작가, 감독 다 놔두고 엉뚱하게 여배우를 욕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추노> 사랑이 컸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다해가 <추노>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를 비난했는데, 애초에 작품에 애정이 없었으면 흠집을 내건 말건 비난도 안 했을 것이다.

<추노>가 그렇게 사랑 받은 것에는 한국 드라마 최고의 오락성도 있지만, 작품성도 큰 이유가 됐다. <추노>는 작품성까지도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명작이었다. 이 드라마는 민중을 전면에 내세워 왕실과 권력층 중심이었던 한국 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추노>가 그려준 민중의 모습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동이>에 나온 노비 검계가 장난처럼 보일 정도였다. 덕분에 <동이>는 생각보다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거장 이병훈 PD의 작품조차 작게 만들 정도로 <추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한국 사극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제빵왕 김탁구>는 비록 시청률은 높았을지 몰라도 작품의 내용이 시상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구태의연했다. 강간사주 등 막장성 설정과 독하게 이어지는 재벌가 집안싸움은 주부들이 좋아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상까지 주며 장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수상한 삼형제>는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올해 최고의 히트작이며 최악의 막장드라마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한 마디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였던 것이다.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로 이런 작품이 상까지 휩쓴다면 그야말로 막장 시상식이 될 것이다.

<신데레라 언니>에선 문근영의 열연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지만 이도 <추노>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추노>를 올해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겠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배우가 바로 장혁이었다.

장혁은 <추노>로 짐승남 열풍의 중심인물이 되며 몸짱 신드롬을 일으켰었다. 장혁이 큰 파장을 일으킨 건 단지 몸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그의 연기가 <추노>를 <추노>답게 하는 핵심이었다. 그가 보여준 처절한 눈빛과 절정의 액션은 남자 배우가 줄 수 있는 매력의 한 정점을 보여준 것이었다.

<제빵왕 김탁구>의 전인화, 전광렬, <신데렐라 언니>의 문근영 등도 당연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작품과 캐릭터의 강렬함을 모두 고려했을 때 올해 KBS 연기대상은 장혁에게 가는 것이 마땅해보인다. 단지 KBS 연기대상의 차원만이 아니라 방송 3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올 최고의 작품은 <추노>이고, 최고의 배우는 장혁이라고 생각된다.

시상식은 기계적으로 시청률이나 상업성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상을 주는 의미가 없다. 상업성은 시장에서 저절로 검증이 돼서 현금과 인기라는 상을 실시간으로 받으므로, 따로 시상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최고 인기작인 <제빵왕 김탁구>나 <수상한 삼형제>보다 <추노>가 올 K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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