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파문을 비롯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문법 폐지를 통한 신문 방송 겸영 허용이나 MBC 민영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의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진영 또한 언론의 공공성 약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기구 결성을 준비하는 등 미디어 전반에 걸쳐 일대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이에 <미디어스>는 대표적 언론현업단체인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 기조에 대해 평가와 함께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여론독과점을 심화시켜서는 안되며 따라서 거대자본의 언론소유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제41대 한국기자협회장에 취임한 김경호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 이슈와 관련해 이 두 가지 원칙을 밝혔다. 방송기자 경험이 있으며 특히 뉴미디어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 회장은 "미디어 융합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게 됐지만 공공성이라는 큰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전부터 기자협회 내부의 '혁신'을 강조해온 김 회장은 변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구상하고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난해 12월27일 한국기자협회장 이·취임식에서 김경호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취임 초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었는데 신문방송 겸영 논란에 대한 기자협회의 입장이 정리됐나.

"지난 18일 회장단 연석회의에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신문방송 겸영, KBS2·MBC 민영화, 방송통신 기구개편 등 미디어 시장 전반의 논의에서 여론독과점을 지양하고 거대자본의 언론소유를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큰 틀을 갖고 가겠다.

시장경쟁 논리는 방임이며 결국 통신자본 등 거대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밖에 안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신문방송 겸영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여론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규제가 있다면 신문방송 겸영에 대해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겸영을 허용하는 것은 성급한 규제 해제라고 본다.

지금처럼 ‘조중동’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외국 사례를 근거로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중동’은 여론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MBC 민영화를 결국 추진할 것으로 보나.

"일공영 다민영 체제를 밀어붙일 것이다. 그 체제에서 어떤 콘텐츠가 안방을 점령할지 훤히 보인다. 그러면서도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성은 더욱더 악화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MBC 민영화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공영의 틀을 더 넓혀 공영방송 체제도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방송통신 융합기구 개편을 놓고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효율성 중심으로 간다지만 미디어 분야에서만큼은 시장주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전제로 한 정책수립이 필요한 때다. 전체적으로 자유주의 언론관이 이명박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거대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자유가 가능하겠나."

-기자협회 내부 문제로 돌아와서 출마할 때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왔는데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있나.

"개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인민재판식 개혁을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의 변화다. 직원들끼리, 회원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겠다. 사무실 내부 리모델링 계획도 갖고 있다. 기자협회의 CEO로서 그동안의 관행을 바꿔보겠다. 기자협회보의 편집인도 외부의 명망있는 분으로 모실 것이다."

-정책 조직을 따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기자실 통폐합 문제도 그렇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협회가 입장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도 없었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 임기에는 정책특위를 신설, 상근 부회장인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가 특위를 맡아 일하기로 했다."

-방송기자연합회가 곧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시점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분할통치(divide and rule)하려고 할 텐데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방송기자들이 따로 조직화한다면 경위가 어떻든 역사적 과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KBS와 MBC는 민영화 논란의 주체인 만큼 나를 지렛대로 해서 방송구조개편이 안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마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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