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미래당 내분이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가 당 지도부가 추진한 선거제 개편·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면서다. 안철수계까지 바른정당계에 합세했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핵심 당직 교체 카드까지 거론하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7일 YTN은 손학규 대표가 대표 몫 임명직인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손 대표는 사무총장을 오신환 의원에서 임재훈 의원으로, 정책위 의장을 권은희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삼화 의원이 사퇴한 수석대변인 자리에 최도자 의원을 사실상 내정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지도부. (연합뉴스)

오신환 의원은 여야 4당이 추진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했던 인사다. 오 의원은 지난해부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로 활동하다가 지난달 24일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직에서 사임됐다. 의원총회에서 정해진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오 의원의 자리는 채이배 의원이 채웠다.

권은희 의원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직을 잃었다. 권 의원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공수처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위원을 권 의원에서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다만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법에 대한 의견은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반영됐다. 바른미래당이 권은희안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울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동의했다. 권은희안은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권을 공수처에 부여하되, 기소 여부를 심사하는 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한 단계 과정을 늘리는 안이다.

공교롭게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된 권은희, 오신환 의원은 최고위원회 구성원이었다. 당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동명이인) 최고위원이 불참하면서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난항을 겪었다. 이에 손학규 대표가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나, 권·오 의원과 김수민 최고위원까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를 거듭하고 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8일 오후 바른정당계·안철수계 의원 15명의 요구로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바른미래당의 진로, 김관영 원내대표에 대한 신임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김관영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계파정치를 통해 당을 흔들어대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계 수장격인 유승민 의원을 향해 "다음 총선에서 기호 3번으로 나가실 것인가, 아니면 기호 2번과 함께 하는 것인가, 아예 기호 2번으로 나가실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저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조기 원내대표 경선을 요구한 의원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통합 없이 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다면 그 즉시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으로 향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른정당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의동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떠날 의원은 아무도 없다"며 "김관영 원내대표는 약속한 대로 오늘부로 즉각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당 최고위에 불참하는 5명은 김 원내대표가 한 제안을 수용하고 우리 당이 민주당, 한국당, 민평당, 그 어느 당이든 합당 불가 선언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합의했다"며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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