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팬

저의 기억으로 스타와 팬들의 가장 광적인 예는 1992년 뉴키즈온더 블록이었습니다. 그것은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예인 아니 가수에게 저런 열광을 보인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한국에도 열성적인 팬클럽 문화가 조금씩 자리잡았습니다. 본격적인 팬클럽 문화의 시작점은 HOT vs 젝스키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SES vs 핑클 이런 식으로 가요계 자체가 라이벌 구도를 그리면서 자연스레 팬클럽 문화도 대결구도로 파워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의 신승훈 김건모 팬들은 라이벌 구도가 아니었던 것처럼 모두가 그러한 건 아닙니다.

아이돌이 가요계의 중심이 되면서 그 아이돌을 숭배(?)하는 팬들이 자연스레 스타와 팬 문화를 정착시켜 왔습니다. 옛날에는 부모님께서도 광적이지만 않다면 팬클럽 문화도 좋은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 말씀하실 만큼 건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 팬 그리고 기획사

하지만 기획사가 팬클럽을 관리하면서 조금씩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팬클럽이 순수하게 스타를 응원하는 정도를 벗어나 점점 상업적이고 기획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획사는 자신들의 연예인을 위해 조직적인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말 좋아서 활동하는 자생적인 팬들보다 기획사의 지시에 따라주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팬클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응원도구, 모이는 시간, 장소 등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와 협력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팬클럽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팬클럽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함께 시작된 것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스타들을 깎아 내리고 비난하는 일입니다.

악플 그리고 테러

심지어는 다른 연예인을 테러까지 자행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유노윤호의 본드음료수 사건”은 정말 상식 이하의 일이었습니다. 정말 살인이 목적이었을까요? 당시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은 그냥 겁만 주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본드음료수는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다 준 악플테러입니다. 욕설부터 과거 파헤치기, 인격모독까지 참 잔인무도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른 연예인들을 협박하고 위협을 가합니다. 예능 프로에서 파트너 한번 하면 상대연예인은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곤 합니다. 단순히 나의 스타에 대한 빗나간 충성심 그리고 어긋난 질투심 때문에 말이죠.

지금의 팬덤문화는 거의 테러수준입니다. 물론 다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무언의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타얼굴에 먹칠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스타의 말 한마디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갈기갈기 난자하는 팬덤 들을 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입니다.


수준 이하의 관람 태도

얼마 전 일 때문에 모 방송국 음악프로 공개방송을 보러 갔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식 밖의 관람 태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상대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데, 앞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팬덤들은 공연문화의 암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가수들 아니면 인지도가 별로 없는 가수들은 방송 한번 잡기 위해 정말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그들에게 박수와 격려의 함성은 가진 것의 200% 이상의 능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 팬덤들이 관중석에 있으면 함께 보는 사람마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성숙된 문화가 엿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먼 곳의 이야기입니다. 그냥 매너 있는 척만 하고 있지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를 텐데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욕하고 음해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한 스타는 없습니다. 제가 한 때 핑클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진심으로(?) 이진씨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렇다고 SES를 욕하진 안았습니다. 전 SES 유진도 좋았으니까요

지금의 아이돌 역시 영원하진 않을 것입니다. 분명 팬덤들도 알고 있습니다. 있는 동안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응원하는 것은 좋습니다. 스타의 얼굴을 드높이는 것도 팬덤이고 깎아내리는 것도 팬덤입니다.

조금은 더 성숙한 팬덤 문화로 거듭나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팬덤들이 눈을 열고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도 들어가면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더 이상 테러리스트 같은 무서운 집단이 아닌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대중문화 이야기꾼 홍반장입니다
블로그 홍반장의 꿈 http://www.cyworld.com/woogi002000
운영을 하고 있고요, 대중문화 평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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