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첩보물의 탄생이라는 환호로 첫 회를 시작한 아테나는 아이리스의 연속임을 애써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과 함께 화제가 된 것은 티비 드라마답지 않은 고품격 액션신이다. 까메오로 출연한 추성훈과 차승원의 화장실 격투는 카메라 워킹보다 두 근육남의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리얼 액션에 가까워 와이어 액션이 따라잡지 못할 남자 액션이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가 선보이기도 전에 액션 수애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화제가 된 청순수애의 액션은 그와 정반대여서 대단히 흥미로운 대조를 이뤘다.

워낙에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수애의 액션은 그 자체로 궁금증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최근 개봉된 심야의 FM에서 나름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수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청순이기에 그 파격의 변신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남자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수애가 처음 선보인 액션은 이미 도망자의 이나영의 이단 앞차기를 의식했는지 좀 더 실전적이고 강력한 하이 니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추구했다.

그러나 수애의 표정은 굳이 눈물짓지 않아도 슬퍼보였다.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액션 배우가 아닌 수애가 아직 액션수애가 되기에는 이른 탓인지는 정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선의로 해석하자면 남자의 액선과의 구분도 될 것이며, 아직은 명확치 않은 수애의 진정한 신분이 밝혀져야 그 표정의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첫 회는 아주 강력한 액션이 당연히 많았는데, 남자는 우직하게 땀으로 여자는 창백한 눈물 같은 표정의 액션을 담아냈다.

수애의 액션은 힘으로 억압하는 남자 액션과 다른 순간과 틈을 놓치지 않는 연검(검신이 얇아 천처럼 낭창거리는 검) 같은 예리함이 핵심이었다. 윤해인(수애)는 분명 이중첩보원이다. 그의 본질이 어디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사건의 시작점인 북한원자력발전의 핵심 브레인 김명국 박사를 구출하는 작전에서는 분명 한국의 이익과 반대되는 세력의 핵심이었으나 그로부터 3년 후에는 국가정보원에서 버젓이 근무를 하고 있다.

아테나 두 가지 의혹. 손혁은 권용관을 왜 죽이지 않았나. 수애의 진짜 정체는?

그뿐 아니라 미국정보국 책임자로 한국에 부임하게 된 손혁(차승원)과도 첩보일을 계속하고 있다. 단지 일만이 아니라 서로 구체화하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음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로써 아테나는 첫 회에 아주 커다란 의문 두 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두고두고 손혁을 위협할 세력의 중심이 된 NTS 권용관(유동근) 국장을 왜 일본 작전 상황에서 살려 줬을까 하는 의문이고, 윤혜인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중이 아니라 3중첩자는 아닐까 하는 상상력까지 자극한다.

수애는 NTS 에이스 한재희(이지아) 그리고 후반부 극전인 스토리 반전을 이끌 김소연과 함께 아테나 여신 트로이카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여 아이리스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남성 시청자를 유혹하게 될 것 같다. 전작 아이리스와 달리 안심할 점은 적어도 연기 논란이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드라마 옥에 티로 작용할 히로인이 아니라 다행한 일이다. 수애는 아이리스의 김태희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김태희는 프로파일러라는 전문직으로 인해 액션까지는 기대치를 크게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수애는 시작부터 첩보 현장의 실전 요원으로 등장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액션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중 신분이라는 특수함 때문에 아테나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 대단히 큰 줄기를 이룰 것이기에 수애가 휘청거리면 아테나는 무너지고 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주 대단한 연기파 배우까지는 아니어도 수애는 아테나 첫 회에서 그 복잡하고 다중적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자이언트에 이어 월화드라마의 패권은 여전히 SBS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손혁(차승원)과 이정우(정우성)의 캐릭터가 그저 나란히 세워두기만 해도 드라마가 될 것 같이 잘 만들어졌다. 첩보물이 분명 남성 취향이지만 이 두 남자 배우의 치열한 캐릭터 전쟁에 여성들도 눈길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그 캐릭터를 백퍼센트 살릴 소화력을 얼마나 보이냐에 성공의 열쇠가 걸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통 속편은 망한다는 속설이 영화. 드라마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아테나는 비록 첫 회만 봤을 뿐이지만 속편의 징크스를 후련하게 깨버릴 예감을 하게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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