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뜨거운 형제들이 우연찮게 뜨거운 이슈를 하나 제공했다. 올해는 작년에 데뷔한 남자 그룹들이 대부분 부진한 가운데 그중에서도 비스트의 분발이 가장 돋보였던 한해였다. 특히나 뜨형에 이어 승승장구까지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이기광의 인기 상승과 함께 그룹의 인기도 동반상승하고 있어 단연 2011년이 기대되는 신인 그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뜨거운 형제들이 일일교사를 끝내고 새로운 미션인 효자 되기에 도전하기에 앞서 부모님께 전화하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거기서 이기광 모친에게 충격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듣기에 따라서는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기광 말고는 별다른 방송 활동이 없는 비스트 멤버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섭섭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기광은 일단 어머니를 속이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드라마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반응을 살피자 모친은 대번에 안 된다고 펄쩍 뛰며 그간 이기광에게 말해왔던 것 같은 말을 이어갔다. 그 내용은 사실 방송되지 않는 것이 나을 법한 것이었는데 여과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이 우선 의아한 일이다.

이기광 모친은 크게 두 가지 점을 강조했다. 첫째, 이기광은 가수가 아니니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연기를 발판으로 솔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수가 아니라는 부모의 말도 충격적이지만 특히 솔로로 나가야 한다는 발언은 그룹 내 팀워크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아이돌들은 숙소 생활을 하게 되는데, 방송이 나간 후 이기광은 멤버들에게 상당히 미안한 처지가 됐을 것이다.

모두가 잘 나가고 있고, 그룹 생활을 몇 년 해서 소위 아이돌 그룹 수명을 다했다면 몰라도 이제 겨우 일 년 남짓한 그룹에서 홀로 잘 나가는 멤버 부모의 마음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사실이야 누구건 같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아이돌을 평생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어차피 한시적 활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룹 활동 이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속마음이야 어떻더라도 그것을 방송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

흔히 아이돌그룹의 수명은 5년이라고 한다. 공교롭게 아이돌 1세대들부터 그렇게 짜 맞춘 듯 5년 만에 이런저런 이유로 팀이 해체되거나 혹은 활동을 중지하고 있다. 다만 슈퍼주니어가 중국인 멤버 한경의 일방적인 탈퇴에도 불구하고 아직 팀은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5년 수명론이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더욱이 신진 그룹 비스트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한 후발 주자로 앞을 보고 달리기도 바쁜 처지에 잘 나가는 멤버의 솔로 발언 그것도 농담으로 볼 수 없는 어머니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편집이 요구됐던 부분이었다.

비스트 멤버들을 생각지 않고 방송만 생각한다면 이기광 모친은 화끈한 성격의 여장부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단비를 통해서 고생만 하고 빛을 보지 못한 윤두준 등 다른 멤버들의 사기를 생각한다면 아쉬운 발언이었다. 물론 기광의 모친은 아들과의 은밀한 통화로 생각했으니 일을 마다하겠다는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과장된 말을 했을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사적 통화를 방송에 활용하고자 한 것이 의욕만 앞선 무리수였다.

만일 이기광 외에도 비스트 멤버들 몇 명이 더 잘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좀 덜할지 모르겠지만 오직 이기광만 독주하는 상황에서 나온 솔로 발언은 걸러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런데 뜨형으로서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민감한 내용이 구설수에도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뜨형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떨어져 있다. 아바타 소개팅 포기 후 시즌2를 시작했고, 시즌2에는 소위 일밤의 공식 콘셉트인 감동을 넣고자 하는데 만일 그렇다면 현재의 뜨형 구성은 감동 콘셉트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로지 핫핫핫 핫하게 웃기고 재미로 승부 보려던 뜨형의 이런 변신은 시청률에 잘 반영되지 않는 것이 의아한 젊은층의 관심조차도 잃고 말았다. 뜨형 시즌2는 요즘 예능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무한도전 아류에 머물고 있어 일밤은 다시 희망을 접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무리수를 동원하는 것은 일밤답지 못한 일이다. 현재 최고의 예능 1박2일은 무수한 구설수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직도 복불복을 주요 아이템으로 고집하고 있다. 결국 1박2일의 아이템은 아무리 곰탕을 우려내더라도 복불복이 돼버렸다. 그런 반면 뜨형은 아바타 소개팅을 싱겁게 포기하고 다소 밋밋한 시즌2를 맞고 있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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